산골출신‘물박사’ 세계최고 생수 개발

 

윤명근(尹明根)사장은… △1947년 2월7일 충북 단양군 단성읍 고평리108에서 출생 △단양중-서울 동양공고 토목과 졸업 △연세대정경대학원 수료(1991) △현대건설 토목부(1970-84)과장대리 △충주호 유람선(주)창업(1985) △아리랑지열개발(주)창업(2002) △아리랑생수산업(주)창업(2007) △‘방충방진멸균공기여과기’ 발명특허(2009) △충북 단양군 단양읍 도전리 190 ☏043-421-2001.

 어제(22일)는 유엔이 제정한 18회 ‘세계 물의 날’.

 물에 관한 얘기를 하려면 가장 먼저 떠올려야하는 극명한 한마디가 있다. “물-너는 생명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이다”란 말. ‘어린왕자’를 쓴 A.생텍쥐페리가 ‘인간의 대지’에서 던진 이 단정(斷定)은 시간이 갈수록 세계인들에게 물의 절대성을 일깨우고 있다.

 ‘물의 날’을 이틀 앞둔 20일 한낮, 또 비가 내린다.

3월 들어 폭설과 잦은 비가 꽃 시샘을 한다며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세인들의 눈살 찌푸림 쯤 아랑곳 하지 않고 제법 굵은 빗줄기가 차창을 때린다.

눈이나 비가 다 ‘물’이지만 귀하다거나 소중하다는 생각 보다 옷 젖는 것이나 야외활동에 다소 지장을 받는 것부터 번거로워 ‘귀찮다’는 느낌이다. 한 달 전 다녀온 아프리카의 메마른 대지가 떠오른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리던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축복이 내린다”며 춤을 추던 그들에게는 “이 한 방울의 물이 곧 생명인 것을…”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우린 여전히 잦은 봄비에 짜증이 난다. 오늘도 그랬다.

 청주서 떠난 지 2시간 여 만에 ‘물 박사’로 불리는 윤명근(63·아리랑생수 대표)씨를 어렵게 만났다.

충북 단양군 단성면 중방리 산11 풍광 좋은 남한강변 그의 생수공장이 세워지고 있는 도락산자락에서다. 아직은 컨테이너 박스 두 개와 생수를 뽑아 올리는 거대(?)한 시추기와 대형 컴프레서 등으로 어수선한 풍경이지만, 머지않아 ‘세계에서 제일 좋은 생수’를 시판할 곳이란 생각으로 주변을 보니 강물과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물색 고운 하진나루가 내려다보이고, 구 단양에서 충주 쪽으로 나가는 36번 국도변이어서 물류이동에도 좋을 곳이다. 그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물’에 관련한 일에 ‘파묻혀’ 어디 있는지 알기 힘든데다, 연락이 돼도 “내 놓을 게 없다”며 애써 인터뷰를 피해 여러 차례 취재일정을 바꾸게 했다. “일에 몰입하면 옆을 잘 보지 않는다”는 주변 사람들의 귀띔이 그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그가 물과 관련한 업무로 만난 대부분의 공무원들도 한결같이 그를 ‘피곤한 사람’이라 평하지만, 그의 끈질긴 집념과 학구적인 태도에 끝내는 감복한단다. 일에 관한한 그는 언제나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좌우명처럼, 모든 여건에 어떻게 적응하여야하는가의 이치를 ‘물’을 통해 터득한 듯 했다.

물을 좇다보니 물과 같이 부드러우나 강하고, 그 형태의 변화는 무쌍하나 본질은 변함이 없는, 그러나 생명을 가진 자들에겐 모두가 절실한 존재일터다.

  -배(船)사업이나 생수 개발이나, 발명 특허품인 ‘방충방진멸균공기여과기’ 등 모두가 물과 관련한 것들이어서 ‘물 박사’라 불리는지요. 물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면?

“제가 태어난 곳이 단양군 단성면 고평리라고 장회나루를 지나 용두산 밑 설마동 계곡 깊이에 있는 곳인데,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물을 건너 10㎞를 걸어 다녔습니다. 매일 왕복 50리를 단양팔경을 휘감아 도는 물길을 따라 걸었지요. 눈만 뜨면 물과 더불어 사는 셈 이었지요. 중학교를 졸업한 시골소년이 서울로 올라갔으나 학교는 엄두도 못내고, 밥 얻어먹는 것도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시계공장엘 겨우 들어갔지요. 쫓겨나지 않으려면 회사에 잘 보여야했고, 그러려면 힘든 숙직을 도맡아 해야 했어요. 숙직을 하면 저녁과 아침밥을 얻어 먹을 수 있었지요. 가마니 열장정도 쌓아놓고 가운데는 청계천에서 나오는 군용 담요를 깔아 잠자리를 만들지요, 물 끓이는 주전자 하나 있고요. 이것이 숙직시설의 전부예요.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보니 사장 아들이 독일 유학 갔다 온 전무였는데 그의 눈에 띄었지요. 전무가 너 소원이 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고등학교 좀 보내주면 평생 봉직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가보자고 하더니 5월 중순인데 동양공고 야간에 정원이 빈곳이 토목과뿐 이더군요. 그래서 꿈에 그리던 고등학교에 들어갔지요. 그 때 배운 것으로 25세 때부터는 15년간을 현대건설 토목부에서 일했는데, 부산항 5부두 신설공사를 시작으로 물이나 배에 관해 익히게 됐지요.”

 -30대 때 ‘충주호 유람선(주)’를 창업했지요?

“78년 6월에 충주댐 지질조사를 맡아 할 때 문득 댐이 만들어지면 유람선이 생길 것인데, 그 주인은 내가 될 것이란 생각을 품었지요. 옛 길은 물속에 묻히고, 등고선으로 올라와 새 길이 나고 큰 호수가 되면 이 유람선의 주인은 나라는 믿음을 가졌어요. 다목적 댐 법 조항에도 수몰지역에서 발생하는 사업은 그 수몰주민에게 우선권 주도록 돼 있지요. 부산항에서 부두 준설공사 때 예인선 등 배를 가까이 대하게 된 것이 그런 꿈을 갖게 한 것이지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부산대와 해양대 조선(造船)과 교수들의 자문을 자주 받았지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물과 함께 가는 인생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우리 막내는 해양대 조선공학과 보내서 박사과정 등록하고 현장을 맡겨 놨습니다. 큰애는 역시 토목을 시켰지요. 건축하는 사람은 토목을 못해도 토목 하는 사람은 건축을 하거든요. 측량을 배우면 이것 해서 지하 기반잡고 올리는 게 건축이니까요.”

 -유람선은 몇 척인가요?

“77명이 승선할 수 있는 35t급 2척(노들1,2호)과 195명이 승선할 수 있는 71t급 1척 등 3척이 있습니다.”

 -운항하는 코스는...

“구담봉 장회나루에서 제비봉-노들봉-강선대-옥순봉-현학봉을 도는 왕복 16㎞ 코스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경관이지요.”

 -승선인원은 얼마나 되는지요.

“연간 35만명 정도입니다. 1일 평균 1000명은 되는 셈이지요.”

 -소문엔 조선소 준비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그렇습니다. 제 꿈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조선소를 갖는 것입니다. 우선 장소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동해안을 뒤지다가 지난 99년에 삼척일대 해안에 7000평 정도를 구입 했습니다. 언제 때가 되면 시작 해야지요. 내 손으로 만든 배로 울릉도와 자루비노, 블라디보스토크를 다니는 정기여객선을 갖고자 합니다.”

 -내륙도인 충북출신이, 더구나 소백산봉이 뻗어내린 단양출신이 조선소를 세울 꿈을 갖는다는 것이 좀 엉뚱한 발상은 아닐는지요. 설사 꿈을 가졌다 해도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요.

“어려서부터 어렵게 공부하고, 열심히 살아 왔어요. 소망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가 얻어내는 땀 값이 아니겠습니까. 태어난 곳이거나 학력이거나가 노력하는 자 보다 우선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하수 개발사업에 열중하고 있다는데, 온천수입니까 생수입니까.?

“지난 2000년 9월부터 지하수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러다가 지열개발에도 손을 댔었습니다. 처음엔 질 좋은 온천수를 뽑아 올리려 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을 바꿨습니다. 온천수는 지하에 깊이만큼 시추공을 뚫으면 마음먹은 대로 높은 온도의 온수를 뽑을 수 있어요. 그러나 질 좋은 생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생수맥을 찾게 되지요. 지금 세계적으로 생수 값이 휘발유 값 보다도 비싸지요.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선 돈이 되는 생수부터 뽑고 그 다음 온천수를 개발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요.”

 -이 곳에 아리랑 생수 단양 1공장을 세우신다죠? (현장에 있는 거대한 기계를 보고)저기 있는 기계가 물을 뽑는 것인가요?

“지하수 굴착 시추기라고 해요. 5000m까지 뚫을 수 있어요. 저 기계로는 단순히 온천이나 생수개발이 아니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동포들의 복지를 위해 부탁해 온다면 북한 가서 유전개발 해줄 수도 있어요. 요즘 물에 대해 관련 업계 살펴보고 많은 이쪽의 학자들과 말 하다 보니 요즘 와서 느낀 게 유엔이 우리나라 물 부족국가라 했는데, 흘러가는 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양질의 먹을 수 있는 물이 부족할 것 이라는 거예요. 지하수 난개발로 오염이 많이 됐어요. 또 지열이용에 규정이 없어요. 지표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이 없어요. 지하수 난개발 이라며 지적들은 하고 있지만, 지하수 규정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하수를 시추하는데 쓰이는 모든 파이프는 전부 스테인리스 파이프로 해야 돼요. 녹 때문에 그렇지요. 아연도금도 다 돼 있어요. 지열 이용한다고 에너지 절약 한다고 그 규정이 없으니 그냥 흑관 파이프를 막 쓰고 있어요. 땅 속에 박은 것 나중에 회수도 안돼요. 지하수는 오염되면 30억년 가도 치유가 안돼요. 굉장히 심각한 문제예요. 자정(自淨)될 수 없는 것이지요. 호주 같은 나라도 가상 적(敵)을 생각해서 독가촌을 지어도 수돗물이 아닌 자가 수도를, 자가 음용수를 개발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어요. 우리는 남북 대치, 일본 대치, 중국에도 침공 받았잖아요. 우리나라는 지하수가 무자비하게 오염되고 있어요. 예쁜 아가씨 피부에 주사를 마구 꽂아 혹사시키는 것과 같아요. 토양에 의해 피복작용 하는데, 피부 속으로 꽂으면 온몸으로 통하듯 땅속은 지표와 관계없이 층리(層理)와 절리(節理)가 어떤 방향으로 가 있는지를 몰라요. 지하수, 지열 개발 엄청 하는데 이같은 기본원리도 모르는 이들이 마구잡이로 뚫거나 취수정에 수질오염 방지시설을 어떤 자재를 써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상식이나 규정이 없어 안타까워요. 그게 결국은 지하수를 죽이고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입니다.”

 -공장건물은 없지만, 시추공사가 끝난 이 상태라면 공장건립의 공정(工程)을 물어도 되는지요. 공장부지면적은 얼마나 되는지요.

“생수공장의 경우는 이정도면 건물이 세워지지 않았어도 80%는 된 셈이지요. 문제는 어떤 물이 나오느냐지요. 부지 면적은 8000평 쯤 됩니다.”

 -이미 이 곳 지하수 시험분석결과가 대단하다는 소문은 들었어요. 사실입니까?

“사실이지요. 2007년 3월12일부터 10월1일 사이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화학시험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이 나라 최고의 검사기관이 수질을 검사한 결과 ‘세계최고의 물’로 인정했습니다. 이들 기관은 국제 시험소인정협력체와 상호인정협정을 맺은 국가기관들입니다.”

 -좋은 물은 무엇으로 비교합니까?

“미네랄이온 함량입니다. 프랑스의 에비앙. 영국의 티난트. 캐나다의 휘슬레. 이탈리아의 파나. 일본의 마린파워 등 세계적인 생수들과 우리 아리랑생수의 미네랄이온 함량을 수치로 비교분석한 자료를 보면 그 우수성을 알게 될 것입니다.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실리카 등 미네랄 함량이 월등해 세계 최고의 물로 손색이 없습니다. 한국의 단양에서 이 같은 생수가 개발 됐다는 것은 제 개인이나 이 지역의 자랑을 넘어 우리나라의 우수자원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생깁니다. 일일 허가량도 국내에서는 최고인 998t을 받았습니다. 실제 1일 생산 가능량은 3000t입니다. 말하자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도 세계 최고의 생수인 것입니다.”

 -산수가 좋아 관광객이 많은 단양에 ‘아리랑 생수’가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겠군요. 그런데 생수공장이 이 일대에 또 있나요?

“단양, 제천, 충주에는 하나도 없어요. 아리랑생수가 유일하죠. 그런데 아리랑 생수공장이 10개쯤으로 늘어나야 수요충족이 될 것으로 보지요.

 -충주댐에 물이 고여 있는 한 장회나루에 배는 뜰 것이고, 배 뜨면 유람객이 줄을 이을 것이고, 생수공장에 물이 나오는 한 돈이 벌릴텐데 그 돈 다 어디에 쓸 생각이신지요.

“생수는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물이라 해도 위생적으로 처리돼야하고 제품이 돼 고객에게 가장 가까이 가 있어야합니다. 그러려면 하나에서 열까지가 다 돈이 들어가야 일등 상품이 되지요. 제대로 잘 돼서 돈이 벌리면 이 소중한 물을 품고 있는 이 지역이나 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쓰여져야 할 것입니다. 꿈꾸던 조선소도 세우고, 독도에 대형 호텔을 하나 지었으면 합니다.”

 -독도에 관광호텔을 짓는다고요?

"그렇습니다. 국제법상으로 보면 본적을 옮기고 주민등록 옮기는 것 의미 없어요. 2가구 이상이 그 땅에 거주하고 삶을 영유해야 돼요. 거기 관광호텔을 지으면 돈도 많이 안 들어요. 한 평에 1000만원이면 돼요. 지도를 보면 아시지만 동도와 서도 사이 거리가 250m 폭이 200m 정도 돼요. 10m만 매립하면 육지화 시킬 수도 있어요. 약 1만5000평 부지가 생겨요. 평당 1000만원 꼴로. 강남 세 번째 골목도 평당 2000만원 가요. 거기 관광호텔 지어서 제가 100억만 내 놓고, 콘도처럼 1인당 3000만원씩 해서 호텔 객실 최소한 500개만 만들자는 거예요. 그럼 객실 종사원 등 100명이 살아야 돼요. 투숙객들이 청정해역 회 먹으려면 10가구는 고기를 잡아야 해요. 그러면 최소한 100가구가 살 수 있게 돼요. 그럼 확실한 영토권이 되는 거예요. 말로 떠들어야 소용없어요. 행정적인 절차나 공사진행에 관해선 나름대로 계산이 있습니다. 어느 분야든 깊이 들어가면 할 일이 많아요. 저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요. 무엇이 잘되면 이때 가서 뭐해야지 생각하고 일해요. 나 혼자 책 보고 상상하는 것은 밑천 들어가는 것 아니니까 생각하면 할 일 너무 많아요. 집사람(유람선(주)를 총괄 관리하는 임금여 여사·58)은 저보고 할 일이 많아서 200살까지 살아야한대요(웃음)”

 -물에 관련하여 남기고 싶은 말은?

“꼭 좀 전해주십시오. “물 때문에 물에 미친 윤명근이에게 들으니 지하수 개발보다도 ‘지열개발’이라는 사업이 이 나라의 지하수를 다 오염시킬 위기에 닥쳐 있다하더라”고. 땅 속을 마구 뚫어서 수질오염 방지시설에 대한 규정 없이 지열 난개발로 인해 자손만대 수수억년 먹고 살아야 할 고귀한 자원이 완전히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좀 알리고 싶어요. 깨끗한 물의 보존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막중한 의무이지요. 그 절실함이 갈수록 요구 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담·글/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
 ▶기록/ 오상우 ▶사진/ 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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