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취재부 차장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검찰은 얼마 전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일으켜 구속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개인의 권위로 법질서를 무력화하고 공적 운송수단을 사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한 중대 범죄를 저질렀고, 사건의 발단을 끝까지 승무원과 사무장 탓으로 돌리는 등 진지한 자성의 결과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구형이유였다.
심심풀이 땅콩하나 때문에 벌어진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대한항공은 매년 500억 원의 광고비를 투자했으면서도 단돈 5만원어치의 광고효과도 거두지 못하게 됐다.
또 국토부로부터 최소 21일의 운항정지와 14억4000만원의 과징금 등 매출액 250억원, 이익액 10~20억원의 감소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돼 금전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기업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사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번사건을 항공보안법 및 공무집행 방해 등의 법률위반 내용을 따지기보다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대기업 회장의 딸이 직원을 노예 다루듯 한 조현아의 ‘갑질’에 공분했을 것이다. 단지 땅콩을 용기에 담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객들이 보는 앞에서 치욕적인 모욕을 주고, 수 백 명의 승객을 태운 국제선 항공기를 마치 자가용 돌리듯 하는 행태는 정상적인 인격과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조직구조상 위에 있는 사람과 아래에 있는 사람은 서있는 위치와 역량이 다를 뿐 재물의 양과 권력의 크기로 인격의 가치를 따질 순 없을 것이며 큰 그릇이 작은 그릇을 포개듯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반면, 임신 8개월 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화물차 운전자가 만취한 뺑소니차에 치여 숨진 일명 ‘크림빵아빠 뺑소니사건’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 큰 이슈가 됐었다. 숨진 화물차 기사는 강원도의 한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으나 화물차 운전을 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와 부인의 임신 등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했던 효자이자 든든한 예비아빠였다. 더욱이 가난 속에서 부인과 함께 교사의 꿈을 이루고자 교원 임용 고시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 슬픔은 더 했다.
경찰을 비롯한 네티즌들은 뺑소니 차량의 추적에 들어갔고 급기야 뺑소니 수사본부까지 설치되는 등 대대적인 검거작전이 전개됐고, 압박감을 느낀 뺑소니 피의자는 결국 자수하기에 이르렀다.
크림빵아빠의 애틋한 사연은 삽시간에 퍼져 많은 수의 사람들이 유가족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성금으로 이어졌고 한 사립대학은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었던 피해자의 부인에게 교원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온정의 손길이 잇따랐다.   
두 사건 주인공들의 사회적 격차는 이들의 업무현장만큼이나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재벌3세는 추락했고 가난했지만 성실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크림빵 아빠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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