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장, 상정·표결방침 확고…새누리 과반의석으로 단독처리 가능

 (동양일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애초 일정보다 나흘 늦춰진 오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부간 판가름이 나게 됐다.

새누리당 유승민·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정의화 의장 중재 아래 회동한 자리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해 이날 오후 예정됐던 본회의 의사일정을 16일 오후 2시로 연기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조해진·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 수석부대표도 배석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라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정 의장이 상정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16일로 본회의를 연기하는 '중재안'을 제시함에 따라 이를 받아들였다.

정 의장은 16일 본회의가 열리면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예정대로 임명 동의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인준 반대 당론을 사실상 확정한 만큼, 16일 오후 2시 열리는 본회의에서는 원내 과반을 점유한 새누리당이 이를 단독으로 처리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현재 새누리당은 158석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된 송광호·조현룡 의원과 이 후보자를 제외한 155명 가운데 불참자나 이탈표는 극소수일 것으로 원내 지도부는 판단하고 있다.

조해진 수석부대표는 "야당이 전원 부표를 던진다면 변수가 되니까 우리도 의총에서 당론을 정할지 말지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야당이 참석 안 하고 여당 단독으로 하면 그 안에서 일부 이견이 나와도 과반수에 어려움이 없어 당론 채택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16일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해 반대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를 결정할 계획인데, 현재로서는 본회의 불참 또는 참석 후 이석하는 '소극적 반대'를 택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안규백 수석부대표는 "국회의장은 양당이 본회의에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권고했는데, "우리 당에서는 그 여부까지 포함해 16일 의총을 거쳐 총의를 모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표결 불참과 여당의 단독 처리가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결 결과 여당 내 이탈표 발생으로 부결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새로 선출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는 큰 상처가 되고, '호남 총리론'으로 원치 않는 구설에 올랐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충청권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다.

참석한 여당 의원 숫자보다 많은 찬성표가 나오면 이번엔 문 대표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야당 내부에선 이 후보자와 교분이 있는 충청 출신 의원과 성균관대 출신 의원 중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약 16일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단독 표결로 이 후보자가 총리직에 오르면 강경파 지도부로 일신한 새정치연합은 '반쪽 총리', '불통'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강경한 대여 투쟁 기조로 급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국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경제활성화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의 입법이 어려워져 여권도 각종 국정 과제 실현에 제동이 걸릴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게 내부의 절박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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