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불참속 여당 단독처리 가능성…정의장, 무조건 상정 방침

(동양일보) 국회는 16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지난해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두 차례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만큼, 여권 입장으로 보면 '삼수(三修)'격이 되는 이 후보자의 총리 인준 시도가 이번엔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했던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이 야당의 연기 요구로 나흘 늦춰진 만큼, 이번 본회의에서는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인준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 후보자 인준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어떤 식으로든 판가름이 나게 됐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이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본회의 표결에 참여, 부결을 노려보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들어 야당 지도부 내에서 이러한 방안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통합진보당의 소멸로 현 재적 의원(295석)의 과반은 148석인데, 여당인 새누리당의 본회의 출석 가능 인원 155명 중 8명의 이탈표만 발생하면 부결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지도부 일부의 생각이다.

새정치연합은 15일 오후 긴급 원내지도부 회의에 이어 16일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해 반대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5석을 보유한 정의당은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행보에 사실상 보조를 맞춘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단독으로 표결이 진행되면 불참하되, 새정치연합이 참석한다면 함께 표결에 참여, 반대표를 던진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야당이 본회의에 참석만 해준다면 가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표 단속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비리 혐의로 구속된 송광호·조현룡 의원과 이 후보자 자신을 제외한 155명 중 불참자나 이탈표는 극소수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솥밥을 먹었다가 지금은 무소속인 정의화 의장과 유승우 의원에게도 찬성투표를 부탁하고 이 후보자 본인까지 투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한다.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인준안을 가결하는 방안 역시 만만치 않게 유력한 시나리오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지난 전대 기간 '호남 총리론'으로 구설에 올랐던 만큼 본회의에서 충청권 총리 후보에 당론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모습이 정치적으로 적잖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 당론이 아닌 자유투표 당론을 정해 표결에 임했다가 참석한 여당 의원 숫자보다 많은 찬성표, 즉 야당 내 이탈표가 나오면 문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야당 내 충청 지역 의원들은 이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됐을 경우 불어닥칠 역풍을 어느 정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 대표에게도 충청권 민심은 적잖이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15일 "야당이 참석해 부표를 던져도 가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여당 내에 이 후보자를 반대하는 소수도 있지만 야당이 반대표를 던지기로 한다면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휴일인 이날도 이 후보자 인준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이날도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근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여야 공동조사로 결정하자고 한 점을 재차 비판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의 의견을 표결이 아닌 여론조사로 결정짓자는 것은 헌법 무시이고 의회 부정이며 총선 불복"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가 타워팰리스 구입 자금과 관련 "거짓 해명을 한 사실이 탄로났다"며 사실상의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이 후보자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천연덕스러운 거짓말로 국민과 국회를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16일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단독 표결로 이 후보자가 총리직에 오르면 정국은 급격히 냉각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반쪽 총리', '불통'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강경한 대여 투쟁 기조로 급전환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경제 활성화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 여권이 추진 중인 각종 개혁안의 입법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날 총리 인준안 표결 결과가 설 명절 민심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 예단하기 어렵다. 설 연휴를 지나고 지역구에 다녀온 의원들이 전하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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