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3일 만료 100억 달러…호혜적 성격에도 양측 '정치적 고려'

(동양일보) 한일간의 정치 갈등이 호혜성있는 양국간 경제분야 협력까지 발목 잡는 대표적 사례가 나올 공산이 커졌다. 바로 한일 통화스와프 문제다.

아사히신문은 14일 일본 총리관저 관계자를 인용, 양국의 '고집 싸움' 속에 이달 23일 만료하는 한일간 100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 통화 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양측이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교도통신도 주 중(16∼20일)에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일본 측이 발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통화스와프란 외환 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도록 하는 계약이다. 과거 외환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는 한국으로선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올 가능성에 대비하는 측면이 있고, 일본으로서도 엔화의 국제적 위상 제고 면에서 손해 볼 것이 없는 호혜적 거래다.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 달러로 시작돼 2011년 700억 달러까지 규모가 확대했다가 2012년 관계가 악화하면서 130억 달러로 축소했다. 양국은 2013년 30억 달러에 대해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고, 마지막으로 이달 23일 만료 예정인 100억 달러만 남은 상태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15일 "아직 양측간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로 미뤄 극적 반전이 없는 한 마지막 100억 달러 계약도 연장되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통화스와프 연장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양국 모두 현재의 외환보유고상 스와프가 절실하지 않은데 따른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또 일본 금융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과거 엔고 시절 일본 정부로서는 한일 통화스와프를 통해 한국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엔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엔저가 급격히 진행된 상황이라 한일 스와프를 통한 엔저 효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리적인 측면보다는 양국 간 자존심 싸움의 측면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연장 요청이 있어야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아베 총리의 복심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013년 7월3일자로 만료된 30억 달러 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은데 대해 그해 6월30일 한 강연에서 "재무관료는 가능하면 원만하게 해결하려 했지만 상대(한국)쪽에서 요청이 없으면 우리는 정치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는 한국의 대일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릴 '정치 카드'로 스와프 문제를 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한쪽이 요청하기보다는 상호 합의에 의해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일본이 사안을 정치 카드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아쉬운 소리 하지 않겠다'는 기조인 셈이다.

박상준 와세다대학 국제학술원 교수(경제학 전공)는 "한국도 일본도 현재 외환보유액이 많아 당장 위기상황이 올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양측 모두 한일간 통화스와프에 대해 '크게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 같다"며 "통화스와프는 '보험'같은 것으로서 부작용도 없는데, 정부간의 문제이다 보니 '정경분리'가 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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