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 위상 확보 시급…당정청 조율사 역할수행 주목

(동양일보) 이완구 국무총리가 각종 논란과 진통 끝에 박근혜 정부의 제2대 총리로 취임하게 됐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직사회 혁신, 노동시장 구조조정 등 현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할 책무를 맡게 됐다.

해결해야할 숙제는 결코 만만치 않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커다란 정치적 상처를 입은 이 총리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내각통할 '책임총리' 위상 확보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완된 내각 전반에 대해 총리로서 리더십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물러날 예정이던 정홍원 전 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유임된 이후로 총리의 위상과 내각 장악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말부터는 개각설이 끊이지 않으면서 벌써 수개월째 공직사회의 동요가 이어지고 있다.

새 총리의 첫 번째 임무가 내각 통할과 부처 간 업무조율임을 감안하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총리가 '책임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총리로서의 장관 제청권 등 권한을 확실하게 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 총리도 청문회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총리의 장관 제청권을 형식적으로 행사하게 할 경우 "총리를 그만 두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역시 후속 개각과 청와대 인적쇄신의 시간표를 총리 인준 이후로 연동시키며 총리의 권한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총리가 오랜 관료생활과 도지사 경험 등을 통해 쌓은 풍부한 행정경험은 총리로서 내각을 장악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 정책조율 기능 회복 = 최근 연이은 당정청의 불협화음이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정책조율 기능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도 이 총리에게 맡겨진 중요 과제다.

연말정산과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 논란이 연말연시 정국을 뒤흔든 데 이어 최근에는 '증세없는 복지'를 두고 당청이 대립 양상까지 빚으며 정부의 국정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지금은 소강국면이지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선출 이후 당청 간 긴장기류는 한층 뚜렷해지고 있어 이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내각과 청와대는 정책협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하기로 했고, 여당과 청와대도 당정청이 하나가 되는 정책조정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친박 실세이자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 총리가 청와대와 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거의 열리지 않고 있는 고위 당정청회의도 이 총리 취임을 계기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고위 당정청회의의 활성화를 요구해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경제부총리·사회부총리와 총리 간 3자 협의체 역시 내각 내 의사소통과 정책조율의 창구로서 한층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공직기강 쇄신 = 청와대와 내각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정책조율 기능뿐 아니라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연말 터져나온 청와대 문건유출 파문과 이에 따른 국정개입 의혹은 무너진 공직기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이 과정에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에 공개적으로 '항명'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세월호 사태 이후 부패척결과 국가대혁신이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총리는 지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무너진 국가기강을 어떻게 바로잡느냐에 따라 경제살리기 등 대통령이 추구하는 개혁과제가 동력을 받을 수 있다"며 "공직자가 소통에 앞장서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공직 기강이 바로서지 않고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경제활성화·개혁과제 가시적 성과 도출 = 이들 과제의 공통 목표는 경제활성화와 각종 개혁과제 추진 등 국정성과 도출로 요약된다.

이 총리는 "내각을 통할하는 입장에서 경제살리기에 온몸을 바치겠다"며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총리"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부터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강도높게 추진중으로, 올해는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30대 주요 경제활성화법 중 아직 국회에 계류중인 12개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고 있다.

이 총리로서는 내각과 함께 국회를 상대로 경제활성화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데 주력해야할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으로, 이 총리 역시 "야당을 존중하고 국정의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총리가 여당 원내대표 시절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공직사회 혁신, 노동시장 구조조정 등 각종 개혁과제도 중요 국정현안이다.

특히 이들 과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인 만큼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인준과정 '치명상' 회복여부 미지수 = 하지만 이 총리가 직면한 최대 난제는 인준 과정에서 입은 엄청난 상처에서 회복하는 일이다.

애초 이 총리가 지명됐을 때만 해도 '준비된 총리'라는 평가와 함께, 무난한 인준은 물론 '책임총리'로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지명 직후 본인과 차남의 병역 문제, 재산형성 과정, 논문표절 등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왔고, 청문회 직전에는 '언론외압' 녹취록까지 공개되며 민심이 급속히 악화됐다.

국정비전과 총리로서의 역량을 검증받는 정책 청문회를 하겠다던 이 총리측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이 총리는 청문회장에서 거듭 고개를 숙여야 했다.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이 총리의 향후 행보도 다소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청와대로 쏠린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에도 큰 변화가 없는 동시에, 이 총리가 '책임총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도 한동안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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