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이완구 조문…김기춘·박지만 빈소 찾아

▲ 22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영옥 씨의 빈소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눈물을 흘리자 딸 예리 씨가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동양일보) 김종필(89) 전 국무총리(JP)의 부인 고(故) 박영옥(86)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2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문객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최근 정치인들의 상가에는 같은 진영 쪽 인사들의 조문 쏠림현상이 두드러졌지만, 김 전 총리의 경우에는 비교적 여야 고르게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김 전 총리가 오랜 정치역정에서 여야를 넘나들며 외연을 넓혀왔던 게 하나의 요인으로 꼽혔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 빈소에 도착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영정사진을 쳐다보며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휠체어를 탄 김 전 총리는 빈소 옆 작은방에 계속 머물며 문상객을 일일이 맞았다.

김 전 총리의 생전 부부애가 각별했던 사실이 잘 알려진 만큼 정계 인사들을 위주로 한 문상객들은 박 여사를 조문한 뒤 상심이 큰 김 전 총리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께 빈소를 찾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조문 후 김 전 총리와 내실에서 대화를 나누며 40분가량 머물렀다.

김 실장은 김 전 총리에게 "사모님은 건강하신 줄 알았습니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고, 김 전 총리는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열어보니까 말기였고 반년 이상 지탱을 했지. 긴 거지…"라며 "(아내가) 건강했는데…. 내 65년 같이 살면서 한 번도 큰 병 앓은 일이 없었는데, 아주 못 된 병에 걸려가지고. 그런데 아주 편안하게 숨을 거뒀어요. (나보다) 몇 발짝 앞서서 간 거죠"라고 말했다.

'포스트 JP(김종필)'라 불리는 이완구 국무총리도 오후 2시30분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김 전 총리를 위로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 김 전 총리가 본인을 차에 태우고 충남 부여에 마련해 둔 장지를 보여줬던 일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과 같이 오후 3시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김 전 총리에게 "마음이 아프시겠다"고 위로하고 환담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를 잘 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고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며 미국 방문 일화를 소개하며 "정치하는 사람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 암만 맹수라도 잘해주면 고마움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호랑이는 그런 것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고인을 "우리집 호랑이"라고 지칭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또 이완구 총리 예방 당시를 소개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기 때문에 섬세하신데 입을 다물고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건의드려라. 밖에 나와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고 소개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5년 지탱하며 별 대과없이 지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며 위로를 건넸다.

3당 합당 당시 내각제 합의를 깬 것에 대해선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다하고 거짓말을 하고 안했다"며 "막상 그 자리에 앉으면 고독하고 괴롭고 무거운 책무에 그냥 일어설 수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심대평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정우택 의원, 정진석 전 의원 등 충청권 인사들은 온종일 번갈아가며 김 전 총리 옆을 지켰다.

심대평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박 여사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선거 때 같이 모시고 다녔던 기억이 많이 남고 청구동 댁에 가면 맛있는 떡국도 끓여 주시던 정겨운 모습만 기억에 남았다"고 회고했다.

이밖에 이한동 전 총리,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과 자민련 전 부총재였던 김용환 전 의원, 상도동계인 김덕룡 국민동행 상임대표,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 등 원로 인사들도 빈소에 다녀갔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성사시킨 주역이었던 김용환 전 의원은 "작고하신 사모님은 가족같이 지냈기 때문에 눈빛으로 회고하고 서로 위로했다"면서 한때 소원해진 JP와의 관계에 대해 "벌써 오래전에 지난 일은 잊어버렸다. 내가 한국신당으로 분리해서 나갈 때 서로 갈라섰지만 김 총재님과 나하고의 관계는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이재오 의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유인태 의원 등이 첫날 조문을 마쳤다.

1997년 'DJP 연합'으로 정권 창출을 함께 도모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에 애도의 뜻과 함께 박 여사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박 의원은 "여사님은 총리 공관으로, 밤 늦은 시간 신당동 자택으로 총리님을 찾아뵐때면 저를 따뜻하게 껴안아 주셨다. 옆에 계시던 총리님께선 '저 사람은 박 장관만 좋아해'하시며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던 총리님의 슬픔이 오죽하실까 상념에 젖는다"고 적었다.

이어 "여사님께서 자제 분 문제로 제게 전화하시며 간곡하게 말씀하시던 그 인자한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병환 중이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안 한 번 가지 못했음을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며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고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 친형인 박상희씨의 장녀이자 박근혜 대통령과 사촌지간인 까닭에 박 대통령의 동생인 근령 씨와 지만 씨도 빈소를 찾았다.

지만씨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는 현재 쌍둥이를 임신중이어서 동행하지 않았다. 지만씨 조문 당시 김 전 총리의 한 측근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동생을 부르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정의화 국회의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이병기 국정원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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