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병원비 지급시 손해배상 안해도 돼

(문) 저(甲)는 2015년 1월경 집근처 인근공원에서 청주시가 설치한 거꾸리 운동기구를 하였습니다. 청주시가 설치한 거꾸리 운동기구는 수동식이었는데 거꾸로 매달리고 보니 운동기구의 손잡이가 휘어져 있어서 원상태로 돌아올 때 힘을 주어 천천히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시 거꾸려 매달려 있다가 원상태로 되돌아 오던 중 때마침 그 아래에 이웃주민인 乙이 물건을 주우려 하다가 그 운동기구에 머리를 부딪혀 다치게 되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바로 乙을 응급실에 데려간 후 병원비까지 지급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乙은 제가 주위를 살피지 않은 채 거꾸리을 일으켜 세우다 머리를 다치게 되었다면서 형사상 과실치상죄로 고소하면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저에게 민·형사상 책임이 있는 것인가요?

 

(답) 질문자에게 형법상 과실치상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 있어서도 병원비를 지급한 이상 그 이상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1. 형법 266조는 과실치상죄에 대하여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과실의 의미는 주의의무위반을 말하는데, 이는 (상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 여부를 가지고 판단합니다. 즉, 상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그 결과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도 그러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가지고 과실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2. 청주시에서 설치한 거꾸로 운동기구는 수동식이어서 원상태로 돌아갈 때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여 빠르게 원상태로 될 수 있고, 거꾸로 매달린 사람은 그 운동기구 뒤편에 사람이 있는지를 살피기가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거꾸로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그 기구 뒤편에서 물건을 줍는다는 것은 다칠 위험이 있다고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乙은 그러한 위험을 무시한 채 물건을 집다가 다친 것이므로, 오히려 乙에게 이 사건 사고의 책임이 크다고 할 것입니다.

3. 따라서, 질문자에게 거꾸리 아래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없고, 질문자가 거꾸로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乙에게 발생한 상해행위는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므로, 질문자에게 형사상 과실치상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나아가 乙이 질문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할지라도, 질문자보다 乙에게 이 사건 사고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여지므로 법원에서 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질문자에게 민사상 일부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이미 질문자께서 병원비를 지급한 이상, 그 이상으로의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한편, 거꾸리 운동기구 손잡이의 휜 정도가 운동기구를 바로 하는 과정에서 속도조절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이는 청주시의 운동기구 관리에 하자가 있는 것이므로 청주시도 민사상 책임을 일부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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