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내기를 하거나 게임을 할 때가 있다. 30대에는 축구를 즐겨했는데, 무엇인가 내기를 하게 되면 승부욕이 발동해서 육체적으로도 매우 격렬한 게임이 되곤 한다. 유달리 승부욕이 강한 내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별 뜻 없이 툭 던지는 말도 쉽게 흘리지 못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게임에 이길 때는 잘 다치지도 않고 상대방과 부딪쳐도 아프지 않다. 그러나 지는 경우에는 감정의 노예가 된 듯,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서 힘들게 한다. 꼭 무언가 소화되지 못하고 가슴에 남아있는 것처럼 무겁게 마음을 짓누른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좋았던 기억은 쉬 날아가고 힘든 기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 특히 아픈 기억은 가슴 언저리에 오래오래 기억의 똬리를 튼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이 도래하면 덧붙이듯 되살아나 과거의 상념으로 빠지게 한다. 이러한 일은 긍정적인 경험보다 부정적인 경험이 더 깊게 영향을 미치고 정서적 족쇄를 채운다.
 바보 같은 말이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시작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원초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패배의 기억은 새롭게 시작하려는 결심을 흔들어 끝없는 자책의 틀 안에 가두는 주범이다. 이러한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정서적 족쇄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찌 보면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경험한다. 실직도하고 사회적 지위를 잃는 일도 경험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일은 그야말로 부지기수다. 돈도 잃는다. 그러기에 삶의 여정이란 실패와 상실의 바다를 유영하는 것과 같다.
 우리의 삶이 성공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것은 수없이 이어지는 실패와 그로인한 상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리스 해밀튼'(Wallace Hamilton)은 “많은 사람들이 실패에 대비해 훈련해야 할 때, 오로지 성공만 바라보면서 훈련하고 있다. 인생에서는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자주 일어난다. 부(富)보다는 가난이 더 만연해 있다. 그리고 기쁨보다 실망이 훨씬 더 일상적이다.” 라고 했다.
 성공은 우리 삶에서 긍정적 선순환을 일으킨다. 성공할 때는 자신감이 솟는다. 자신감이 커질수록, 필요한 때 행동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단순히 알기만 하는 것에서 행동하는 쪽으로 방향과 노력이 집중되면 성공도 더 자주 하게 된다.
 실패역시 순환을 되풀이한다. 바로 악순환이다. 실패가 거듭되다 보면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생기고 결정을 내릴 때 마다 망설이게 된다. 뭘 해야 할지를 알면서도 주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간극이 커져서 극복하기가 힘들어지고 성공은 더욱 요원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실패했을 때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전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된다. 그러나 한번 실패하고 추락해서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것처럼 완전히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개개인의 정신적인 문제다. 역경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환시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겸손한 마음을 지닌 경우가 많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실패나 실수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 필요한 변화로 연결시키는 반면, 실패를 자주하는 사람은 너무 자존심을 앞세운 나머지 역경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별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비교해 보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약하고 자신을 과대평가 해 비슷한 잘못을 자주 저지른다. 이는 자신에 대해 너무 관대하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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