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24일 후보자등록을 시작으로 본격 막이 오른다. 이틀 동안 등록이 끝나면 26일부터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가게 된다.
대전 14곳, 충북 72곳, 충남 143곳 등 전국 농·수·축협, 산림조합 1328곳에 치러져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은 280만8000여명에 달하고, 출마 후보자는 4000여명이나 돼 이들이 한꺼번에 선거전에 나서면서 검·경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초비상이 걸렸다.
일부 지역에서 불·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어 과열·혼탁 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충남·북에서 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에게 돈을 건넨 입후보예정자들이 잇따라 검찰에 고발되거나 비방 유인물을 배포해 선관위 조사를 받는 등 ‘돈 선거’와 ‘혼탁 선거’로 얼룩지고 있다.
제천농협의 일부 이사들이 현 조합장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배포해 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선관위에 따르면 제천농협 이사 10명의 명의로 ‘현 조합장이 대의원의 집을 방문하고 전화를 하는 등 선거법상 금지된 호별 방문 및 선거 개입 규정 등을 위반해 처벌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불법유인물을 작성, 조합원 전체에게 우편으로 배달됐다.
앞서 충북도선관위는 원로조합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멸치선물세트를 돌린 진천의 한 농협 조합장 후보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옥천의 한 농협 입후보 예정자도 조합원으로 이뤄진 마을 친목계 모임 관광행사에 찬조금을 제공한 혐의로 청주지검 영동지청에 고발됐다.
충남도선관위도 지난 17일 체육행사에 찬조금을 내는 등 기부행위를 한 혐의(위탁선거법 및 농업협동조합법 위반)로 입후보예정자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처럼 조합장 선거가 불·탈법으로 얼룩지는 이유는 임기 4년 동안 막강한 권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조합장이 되면 1억원 상당의 연봉을 받고 직원 인사권을 갖는다.
싼 이자로 융자되는 각종 지원금 집행과정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농민들은 시장·군수보다 조합장의 ‘한 말씀’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매번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너도나도 조합장 선거에 매달리는 이유다.
이번 선거는 전면 수입개방 원년을 맞아 농민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게 돼 그동안 농업계에서는 바른 조합장을 뽑아 협동조합 개혁의 원년의 계기로 삼자는 여론이 고조돼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난해 개정된 위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이 극도로 제한돼 ‘깜깜이 선거’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공식후보자 공개는 투표일 13일 전인 오는 26일에야 이뤄지는 데다, 선거운동도 본인만 가능하다. 공개토론회나 합동연설회도 없다. 따라서 유권자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방법은 한차례 발송되는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가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3.11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협동조합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후보자들을 꼼꼼히 체크하고 투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제대로 된 조합장을 선출하고 그 조합장이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조합의 실질적 주인인 농민 조합원의 몫이다. 이번 조합장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불·탈법 선거 근절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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