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탁 소설집 ‘사라진 노래’ 발간

15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용탁(51·사진) 소설가의 소설집 ‘사라진 노래’가 나왔다. 2007년 선보인 ‘미궁의 눈’에 이은 두 번째 소설집이다.
“문자가 쓰레기처럼 뒹구는 시대에 나 또한 누더기 하나를 보태는 기분”이라는 저자의 씁쓰레한 너스레와 달리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책. 단단하고 안정된 문장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독자들을 강하게 매료시킨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구수하고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삶을 성찰하게 하는 저자의 솜씨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미궁의 눈’ 발간 당시 “무서운 세상과 마주친, 혹은 그 무서운 세상의 한복판에서 아득바득 살아가려는 하찮은 인간들의 고독을 읽는다(안재성 소설가)”라는 평은 이번 작품에서도 적용된다. 그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군상들의 맨 모습을 때론 서늘하게, 때론 형형하게 그려낸다.
표제작 ‘사라진 노래’는 시인을 꿈꾸다 결국 시가 되어 사라진 주인공의 생애를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낸 중편소설. 이상을 향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몰두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한다. 등장인물에 대한 세밀한 심리묘사가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단편소설들이 함께 담겼다. 충주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며 농업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첫사랑’, ‘배’ 등을 통해 붕괴되는 농촌의 현실을 묘사한다. 노동운동을 다루고 있는 ‘그 여자, 봄밤을 걷다’도 독특한 작품으로 주목받는다. 회사에서 고용한 용역 깡패로부터 잔인한 폭력을 당한 여성 노동자가 가해자를 찾아 내 살해한다는 이 소설은 노동소설의 틀을 깬 작품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또한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소재로 한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실험한 ‘능생이가 살아있다’, 샤머니즘적인 분위기를 통해 인간의 비의를 탐구한 ‘숲으로 난 먼 길’,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등 뒤의 유토피아’ 등이 실렸다.
홍명진 소설가는 “최용탁은 그립다고 말하지 않고 차진 입담과 실감나는 언어로 능청스럽게 그리움을 그려낸다”며 “한때는 흡족하고 가까웠으나 이제는 멀어져버린 것들을 불러오는 그의 소설미학은 그만의 멋과 맛으로 어우러져 부박한 우리네 삶에 위안을 안긴다”고 평했다.
저자는 1965년 충북 충주 출생으로 15회 전태일문학상, 1회 고루살이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아르코문학기금을 받았다. 펴낸 책으로는 장편소설 ‘즐거운 읍내’, 평전 ‘역사를 딛고 선 고무신-계훈제’, 동화집 ‘이상한 동화’, 산문집 ‘사시사철’ 등이 있다.
현대사가. 233쪽. 9800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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