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 오혜자 통합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초대 회장

“작은도서관은 단지 대출과 열람의 기능만을 갖춘 도서자료실이 아니에요. 책과 관련된 소규모 축제를 기획하거나 책 읽어주는 모임 활동을 하는 등 상상력을 발휘하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곳에서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마을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도서관이 우리에게 가까워졌다. 마을 구석구석 자리 잡은 작은도서관들 덕분이었다. 책 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된 그곳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데면데면했던 이웃들은 책을 매개로 소통하며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했다.
지역 내에 결코 작지 않은 변화를 만들어 내며 문화의 흐름을 조금씩 바꾸어 가고 있는 작은도서관. 청주시에 그 작은도서관의 텃밭을 일군 오혜자(51·사진) 초롱이네도서관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1월 21일 충북NGO센터 NGO도서관 어울림에서 열린 통합청주시 작은도서관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통합청주시 작은도서관협의회는 각각 분리돼 운영되던 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와 청원군작은도서관협의회가 통합청주시 출범 후 조직을 개편한 것. 현재 청주시 내 119개 작은도서관 중 올해 새롭게 참여 의사를 밝힌 도서관을 포함, 40여개의 도서관이 활동 중이다.
오 회장은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했지만 인력과 예산이 갖춰지지 않아 실제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곳도 많다”며 “작은도서관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개별 도서관이 갖는 운영의 어려움을 보완해 전체적인 질을 높이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청주시 작은도서관의 역사를 이룬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가 초롱이네도서관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1월. ‘작은도서관’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때다. 자신의 집을 개방해 도서관을 열었고, 이후 몇 번의 이전을 거쳐 청주시 용암동에 위치한 현재의 건물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작은도서관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 관장은 이를 “맨 땅에 헤딩”이라 표현했다.
그는 “작은도서관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설과 도서 뿐 아니라 사무비, 프로그램 재료비 등 다양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민간이라는 이유로 많은 지원에서 소외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자칫 작은도서관들의 자생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성을 키워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그래도 작은도서관이 거둔 일련의 성과들이 의미가 있다면 그만큼 최소한의 지원 기준을 갖고 작은도서관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내용으로 지원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광주 등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작은도서관지원센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타 지역에서는 도서관과 관련된 부서나 팀을 별도로 두고 있지만 청주는 단독 업무를 맡은 인력이 없기 때문에 지원센터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이 현재 청주시에 100곳이 넘는다고는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거에요. 그렇지만 잘 운영되고 있는 아파트 작은도서관을 갖추고 있는 곳의 주민들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요. 도서관은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도서관을 체험하게 하는 경험은 매우 중요하죠. 작은도서관은 마을 공동체를 경험하게 하는데도 최적이에요.”
올해 통합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는 도서관 운영에 대한 자체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도서관을 만든 목적, 예산 편성, 장서에 대한 수집과 배치기준 등에 대해 전반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운영위원회를 거쳐 수정, 보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협의회 내 40여개 작은도서관의 기본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중 ‘한마당 책잔치(가칭)’도 처음으로 열 예정이다. 작은도서관의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와 선진지 탐방의 기회도 갖는다.
“지난번 정기총회를 하는데 다들 기대와 희망에 가득 차 있어 보여 좋았어요. 그동안은 거의 모여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가 됐었거든요. 상황이 변한 것은 없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이 조금이나마 보이는 것 같아요. 올해는 뭔가 잘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드네요.”
▶글/조아라·사진/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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