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

속리산 상주에서 농사짓고 사시는 김씨 할아버지

집 뒤에 경작하지 않는 돌투성이 밭이 하나 있는데

할머니에게 상의도 없이 터무니도 없이

시세의 두 배를 주고 그 땅을 사들였다

 

서울 사는 아들이 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내려왔다

아버지 노년에 망령이 단단히 났다고

씩씩대며 단숨에 달려와 대문을 열어 제겼다

아버지, 지금 정신이 있으세요?

그 필요도 없는 땅을 사서 뭘 하려고 그러세요?

 

마루에 앉아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셨던 할아버지

기어이 뒷마당을 바라보며 대답하셨다

느그들 대학 보내니라 예전에 그 땅 팔지 않았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두고두고 생각해도

그 짝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내 잊을 수가 없는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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