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23일 정부세종청사에 출근한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게 내가 그렸던 세종시였나 싶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무조정실 확대간부회의에서 "충남도지사 사퇴 후 6년 만에 이곳에 오면서 역사적으로 세종시를 선택한 것이 옳은지, 이 시대에 세종시는 무엇인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고 소회를 언급했다.
세종시 건설의 최대 명분은 지역 균형 발전이었지만,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세종시 건설의 출발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충청권 수도 이전 공약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 이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로 일부 행정 부처만 이전하게 되었지만 2010년 1월 이명박 정부는 행정부처 이전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 중심의 경제 도시로 전환한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야 각계의 반발로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결국 원안대로 추진돼 2012년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가 정식 출범하게 된 것이다.
당시 충남도지사였던 이완구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행정수도건설 재검토에 반발하여 사퇴했다. 그가 총리가 돼 정부세종청사에 첫 출근해 "이게 내가 그렸던 세종시였는지, 이게 최선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돼) 자부심을 느끼지만 미흡한 점도 있다. 시간을 갖고 부족한 점은 채우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한 것이다.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충남도지사직을 내던졌던 그로서는 생각보다 도시 발전이 더딘 지금의 현실이 아쉬웠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세종시 부지에 삼성이 80만평 조성하고, LG도 참여하려고 했는데 그 계획대로 했으면 지금 세종시는 최첨단으로 조성됐을 것"이라고 수정안이 무산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세종시는 지난해 12월 36개 중앙 행정기관이 이전해 1만3002명의 공무원과 14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3192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세종시는 어떠한가. 세종시 근무 고위 공무원들은 세종시와 여의도 150㎞를 오가며 한 해 150억원에 이르는 출장비를 쓰고 있으며, 길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은 계량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남북통일 등을 대비한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이 아닌 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현재의 세종시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세종시가 지방 균형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많은 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하면서 관료 사회의 경쟁력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준다면 교육과 기업 중심 도시로의 수정안에 반대했던 이 총리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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