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축소, 지구당 부활 등 실효성 부정적

(동양일보 김동진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정치관계법 개정 방안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반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4일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 의견은 총선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 제도를 도입,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의원을 대폭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또 고비용 정치의 최대 요인으로 지적받아 2004년 폐지됐던 정당 지구당 제도를 부활하고, 단체·법인의 정치자금 기탁 허용과 후원금 제한액 확대 등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또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후보를 대상으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적용하되,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전국에서 같은 날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선거의 신뢰성은 물론 출마 후보자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선거일 11일 전부터 후보자 사퇴를 금지하고, 후보자 사퇴시 선거보조금을 전액 반환토록 하는 이른바 ‘이정희방지법’안도 담았다.

그러나 이같은 중앙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유권자들 사이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의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에 대해 유권자들의 직접 민주주의 침해와 선출직 대표성 논란이 적지 않다.

중앙선관위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구 출마 후보자도 권역별 비폐대표 후보로 등시에 등록한 뒤,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낙선자들이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율에 따라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석패율을 도입하되, 득표수가 지역구 유효 투표수의 3% 미달 또는 해당 권역 지역구 당선자의 20% 이상의 정당 소속 후보자는 제외토록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의원 정수 300명 중 지역구 246명·비례대표 54명 비율을 지역구 200명·비례대표 100명 정도로 지역구 의원수를 축소하고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도록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선출되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대표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 비례대표 제도 자체가 각 직능별 대표 선출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정당의 정치자금 창구 또는 정당내 계파 안배 차원으로 변질되는 등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비례대표 확대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고비용 정치의 최대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2004년 폐지됐던 정당 지구당 부활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높다.

선관위는 지구당 폐지 대신 도입된 당원협의회가 사무소 편법 운영과 현역·비현역간 정치적 형평성 논란 등 음성적 문제가 많은 만큼 이를 양성화하되 제도적 강화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무실 운영비 등 매년 수백억원의 비용 추가로 정치의 고비용화를 부채질할 우려가 큰 데다, 지구당을 공식 부활할 경우 오히려 현역과 비현역간 정치적 형평성이 심화될 개연성도 높다는 점에서 찬반 논란이 엇갈리고 있다.

대통령·국회의원·자치단체장 후보의 완전국민경선제 도입도 대립 관계에 있는 정당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후보 선출을 노려 경선에 의도적으로 참여하는 역선택 방지책이 미흡,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국민경선제 도입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이중 부담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데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경선 비용을 대부분 선관위가 부담할 경우 정당 자체 업무비용을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이 부담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정치자금 기탁대상 확대와 후원금 모금한도액 확대도 정치의 고비용화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는 현재 정치자금 기탁이 제외된 법인과 단체도 연간 1억원까지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할 수 있도록 하고, 공직선거 후보자 후원회 모금한도액을 대통령선거는 현행 선거비용 제한액의 5%에서 20%, 국회의원(후보자)는 현행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제안했으나, 후원금이 사실상 정치적 로비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정치자금 확대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후원 대상 정치인간 형평성 야기를 막기 위해 선관위가 정치자금을 접수, 정당별로 나눠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 경우 정치후원금이라기보다는 정당보조금 성격을 띠게 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와 달리 출마 후보자 사퇴 금지와 후보자 사퇴시 선거보조금 전액 반환 방안은 무분별한 출마 방지와, 선거보조금 지원의 정당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반응이 높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옛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선거보조금 27억원만 받아챙긴 뒤 후보를 사퇴, 선거보조금 집행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점을 반영한 대목으로 보인다.

이 경우, 대선 뿐만 아니라 총선과 지방선거때도 후보자 사퇴에 따른 선거보조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개선방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선관위가 제시한 정치관계법 개정 방안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