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탈퇴수당, 6년 전 또 다른 피해자에겐 99엔 지급 파문 이어 또

(동양일보)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6년 전 후생연금(국민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지급해 파문을 일으킨 일본 정부가 추가지급을 요청한 또 다른 피해 할머니 3명에게 고작 100엔 오른 199엔(1854원)을 각각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3명에게 1인당 199엔을 은행계좌를 통해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44년 10대의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가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강제노역한 김재림(84)·양영수(85)·심선애(84) 할머니와 숨진 오길애 할머니의 동생 오철석(78)씨 등 4명은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후생연금 탈퇴 수당 지급 요청을 했다.

일본 정부는 "김재림, 심선애, 양영수 할머니는 일정 기간 후생연금 가입이 인정된다"며 1인당 199엔을 지급했다.

그러나 오길애 할머니의 유족 오씨에게는 "가입 기간 6개월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마저 지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후생연금이 1944년 10월 1일부터 의무화된 것으로 보고 이들 피해자가 1945년 10월 21일까지 1년 이상 근무해 지급 규정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후생연금 지급규정 30일 일당에 당시 하루 일당으로 추정되는 6.666엔을 곱해 199엔 지급을 결정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논리다.

지급을 거부당한 오 할머니의 경우 1944년 12월 7일 일본 도난카이 지진으로 숨져 1944년 10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8일까지 2개월 간 후생연금을 낸 기록밖에 없어 지급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 근거다.

이에 대해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관계자는 "앞서 소송을 제기한 양금덕 할머니 등에게는 99엔을 지급했는데, 이번에 추가 제기한 4명의 할머니 가운데 3명에게 199엔을 지급한 것은 일본 정부조차도 명확한 기준이 없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소송을 제기한 할머니들은 10대 때 끌려가 해방 이후까지 2년 가까이 강제노역을 당해 지금까지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한 일본 정부에 사과를 촉구했다.시민모임과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측은 "후생연금 문제는 긴급한 대일 외교현안이다"며 "정부는 이번 199엔 사태를 통해 현재 교착 상태에 있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풀어가는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 차원의 대처를 촉구했다.

199엔을 받은 김재림(84) 할머니는 "철부지 어린 소녀를 공부도 가르쳐 주고 학교도 보내준다며 끌고가 강제노동하며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을뻔했는데, 아이들 과자값도 안되는 동전 두 개가 웬말이냐"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지난 2009년 양금덕 할머니 등 8명이 요청한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고작 '99엔' 지급해 불매운동과 규탄 집회가 연이어 벌어지는 등 반발을 샀다.

이후 피해 할머니 5명은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지난 2013년 1심에서 피해자인 할머니 4명과 유족 1명에게 모두 6억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광주고법에서 진행 중인 항소심 재판 중 조정이 무산되는 등 판결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199엔 지급 결정을 통보받은 양영수 할머니 등 4명의 피해자와 유족이 광주지법에 추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미쓰비시 측의 소송서류 미비 항의 등으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첫 재판조차 열리지 않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