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241조’ 간통죄가 62년만에 폐지됐다.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6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형법 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위헌 의견에서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사회적 비난 정도를 보면, 간통죄는 형사 정책상 예방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며 "오히려 잘못이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간통죄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 결정으로 형법 241조는 즉시 효력을 잃었다.
헌재법에 따라 종전 합헌 결정이 선고된 다음 날인 2008년 10월 31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을 확정받은 5000여명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형법 241조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고, 그와 간통을 한 제3자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정해 양형이 센 편이다.
우리 사회는 1953년 제정된 이 조항을 둘러싸고 존치론과 폐지론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대해 대체로 인권을 존중한 정당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개인의 성관계는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간 풀어야 사안이라는 배경 때문이다.
특히 간통죄가 결혼 관계의 신의 상실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묻기보다는, 이혼 과정에서 물질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간통죄 폐지는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달리 간통죄 폐지로 가정 보호나 배우자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가치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간통죄 폐지가 불륜을 조장할 것이란 성급한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간통죄가 존재한다고 해서 배우자에 대한 책임감이 강조되는 것도 아니며, 불륜이 난무할 것이란 지적도 비약된 전망일 뿐이다.
간통죄가 두려워서 배우자의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 진정성이 없을 뿐이며, 간통죄가 없다고 해서 불륜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은 비약적 우려일 뿐이다.
간통죄 존폐와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은 남녀간의 신의있는 사랑의 결실이라는 전제 하에서 부부간의 신의와 책무는 법으로 강제할 문제가 아니라 상호 굳건한 믿음과 책임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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