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보은군 한 놀이공원에서 한 초등학생이 하강레포츠를 하다가 추락해 숨진 사고가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줄에 몸을 맡긴 채 지상 20m 높이를 이동하는 하강레포츠인데도 국내에는 안전규정은 물론 시설 건축규정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용자들의 안전관리를 담당해야 할 안전 전문가도 없이 아르바이트생을 배치한 데다,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날 사고는 안전요원이 허리에 매는 안전장치와 연결된 도르래를 와이어(강철선)에 제대로 걸지 않은 상태에서 초등학생 A군을 출발시키는 바람에 뛰자마자 떨어진 것이다.
소홀한 안전관리도 문제지만, 해당 시설에 대한 관련 법규와 규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관계당국의 관리·감독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보은군이 소도읍가꾸기사업의 하나로 5만9700㎡에 수학체험관과 갤러리를 비롯해 하강레포츠 시설, 바이크시설 등 놀이시설을 갖추고 2012년 4월 조성한 놀이공원으로, 보은군은 이 놀이공원을 민간업체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두 기의 하강레포츠 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이번에 사고를 낸 시설은 해당 민간업체가 자체적으로 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하강레포츠 시설에 대한 관련 법규와 규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인·허가에 대한 문제 제기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외줄의 굵기나 그물망 설치여부, 시설의 높이, 데크의 크기 등을 임의대로 제작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2009년 국내 일반인에게 소개된 이후 전국 40여 곳에서 하강레포츠 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안전관리 등은 사실상 관련업체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자체적으로 미국 챌린지코스 기술협회(ACCT)의 기술·운영에 의거해 시설을 시공·운영하고,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요원에 대한 채용과 교육기준도 미비하다.
실제 사고 당시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박씨 외에 다른 안전요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 이용자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데도 시설 규정이나 안전관리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사실상 이용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이용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전요원조차 배치하지 않은 데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확인마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목숨을 건 외줄타기를 방치해 왔다는 건 세월호 사태 등 숱한 대형사고를 경험하고도 우리 사회가 아직도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꼭 사고가 난 뒤에야 안전관련 규정을 마련하거나 강화하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안전 대책이 반복되는 안일한 안전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추락사고를 피할 수 없다.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안전시설에 대해선 사전 철저한 대책 마련과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이번 같은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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