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소방관 10명 중 4명 정신 장애 호소
충북소방본부 2017년까지 심신안정실 설치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소방관 A(33)씨는 최근 불면증에 시달린다. 최근 자살관련 사건으로 출동하는 일이 많았던 그는 “밤낮으로 주검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쉴 수도 없다. 그는 “내가 자리를 비우면 남은 동료들이 힘들어진다”고 했다.

●소방관 스트레스 ‘심각’

참혹한 사건·사고현장을 반복적으로 목격하는 소방관들의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의 ‘전국소방공무원 심리평가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3만7093명 가운데 39%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등 정신질환이나 우을증, 불면증 등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소방관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우울증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지난해까지 5년간 37명에 달했다. 해마다 3.7명 꼴이다. 심리상담·검사·치료를 받는 소방관도 2012년 388명에서 2013년 1841명으로 4.7배 늘었다는 소방방재청 현황자료도 있다.

수도권보다 지방 근무 소방공무원의 정신장애가 더 심각하다. 충북의 경우 한 가지 이상 장애로 치료가 필요한 소방관 비율이 41.9%로 전국평균(39%)보다 높았다. 충남은 44.6%, 대전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48.3%였다. 관리가 필요한 비율도 11.3%(대전 18%, 충남 16.7%)에 달했다.

심리적 문제로 고통 받으면서도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소방관이 많다. 충북지역 소방관 중 1개월 이내 치료경험이 있는 것은 2.9%(전국평균 3.2%, 대전 3.7%·충남 3.5%)에 불과했다. 그러나 충북 소방관의 70.6%(대전 70.4%·충남 66.2%)는 “치료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인사 상 불이익을 염려하거나 현장소방인력 부족 등으로 자리를 쉽게 비울 수 없는 탓이다.

●‘힐링’…심신안정실 설치

이처럼 정신적 충격과 치료에 취약한 충북도내 소방공무원의 외상후 스트레스(PTSD) 등을 예방·치유할 수 있는 시설이 일선 소방서에 설치된다.

충북도소방본부는 오는 2017년까지 7억7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도내 11개 소방서에 ‘맞춤형 심신안정실’을 조성한다고 2일 밝혔다.

이 시설은 화재·구조·구급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활동 뒤 일어날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불면증 등의 예방과 해소를 위해 마련됐다.

업무특성상 장기간 야간·교대 근무로 얻는 소방관들의 생체리듬 불균형과 건강회복능력 저하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방서별로 마음케어·바디케어·소통룸·건강상담실 등 4개 공간에는 조명과 음악, 향기 등을 통한 치료시스템과 안마·족욕시설이 설치된다.

도 소방본부는 올해 청주 동부소방서와 충주·제천 소방서 등 3곳에 이 시설을 우선 설치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출동복귀 후 지친 심신을 음악과 향기 등으로 이완하는 역할을 한다”며 “피로회복과 스트레스를 완화,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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