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대체토론도 없이 무산시키나"

(동양일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3일 전체회의에서 담뱃갑에 흡연경고그림을 넣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법사위 월권' 논란이 재연됐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흡연경고그림 의무화 법안'과 함께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방안으로 추진돼 온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하고자 했다.

그러나 회의 시작과 함께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유·무선 인터넷과 연동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보육교사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해당 법안의 법안소위 회부를 요구하자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극단적으로 말해 성희롱·성폭력에 대비해 대학교수의 연구실에도 CCTV를 설치해야 하지 않나"라며 이 요구를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처리하기로 한 법안이라는 점을 고려해 '네트워크 카메라' 부분을 삭제하고 이 법안을 가결했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과 달리 흡연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소위로 회부됐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 법안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경고그림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흡연권을 침해하는 과잉입법이기 때문에 조금 더 논의해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경고그림 의무화 법안 처리 무산 소식이 알려지자 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법사위가 도를 넘는 권한을 행사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새정치연합 김용익 최동익 의원은 성명을 내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결단으로 흡연경고그림 법안을 처리했는데 법사위가 대체토론조차 없이 처리를 무산시킨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사위 월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7월 당시 정무위 소속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지하 경제 양성화 관련 법안인 'FIU법안'(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이용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수정되자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신청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정무위에서 오래 숙성해 법안을 잘 만들었는데 법사위가 내용을 바꿔 가져오면 어쩌자는 것인가"라며 "(정무위 안에) 이런저런 내용을 타협안으로 넣어 웃기는 짬뽕밥이 됐다"는 말과 함께 법사위를 '슈퍼 갑'이라고 지칭했다.

지난해 4월에는 환경노동위원회가 다른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률안을 법사위에서 월권적으로 심사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일명 '법사위 월권금지' 결의안을 채택해 법사위와 타 상임위 간 갈등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