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일 민간 언론인과 사립학교 직원을 포함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김영란법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 혹은 준(準)공직자의 부정청탁, 그중에서도 형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부정청탁을 방지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문제는 기존의 공직자뿐 아니라 다른 법률에서 신분상 공무원에 준하는 취급을 전혀 하지 않는 언론 종사자를 '공직자'로 포함시킨 것이다. 공직자가 대가 없는 돈이라도 한 번에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토록 하고 있다. 공직자나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언론인에 대한 먼지털기식 수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한국은 말 그대로 '검찰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 부정부패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민간인인 언론인이 공직자와 같은 직업군에 포함돼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받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법안을 심의하면서 공영방송인 KBS, EBS 직원과 균형을 맞춘다는 구실로 민간 언론을 포함시켰다. 민간 언론인은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직자가 아니다. 사립학교 직원도 공립학교와 균형을 맞춘다면서 세금으로 월급 받지 않는 자립형사립고 교사와 사립대학 교수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됐다. 사립학교 교직원은 학교 법인과 사적(私的)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지 공무원이 아니다. 사립학교가 공공기관이 아닌 점도 명백한 사실이다. 사립학교가 국가로부터 재정 보조를 받는 것은 국가의 의무교육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고 또 평준화 교육에 동참하도록 강요받은 데 대한 재정 손실 보전금일 뿐이지, 이 때문에 사립학교가 공기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 적용대상으로 정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적자치'에 위반되며 국가가 사적 영역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이다.
'김영란법 원본(原本)'에는 사립학교나 언론사와 같은 민간 영역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또 시민사회 단체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사실 가장 큰 이권단체는 시민단체이다. 최근 론스타 측에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시민단체 대표의 사례를 보더라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원칙이 없는 것이다.
시민단체·정치인의 '제재 예외 활동'이 더 폭넓게 인정되도록 수정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정부 원안에는 예외조항이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조례·규칙 등의 제정·개정·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로만 규정돼 있다. 하지만 최종안에는 여기에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도 제재할 수 없도록 문구가 추가됐다. 국민이 불편해하는 민원을 전달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고유 업무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이나 시민단체의 면책에 공을 들인 것이다.
언론인은 일반 기업의 직원과 다를 게 없다. 공공성이 있다는 이유라면 변호사도 포함돼야 한다. 합리적 기준이 아닌 입법자의 주관에 따라 적용 대상을 정한 것이라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인데다 민간의 특정 영역을 따로 떼어내 다른 민간 영역과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 평등 원칙에도 위반된다.
19대 국회가 이 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것은 위헌문제나 사회적 부작용 보다는 여론과 내년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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