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영 옥천소방서장

화재는 초기 5분이 지나면 연소확산 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해 화재를 진압한다 하더라도 화재피해가 막대하게 된다. 화재발생 후 5분이 지나면 화염의 급속한 증가로 열과 연기에 의해 소방대원이 옥내진입이 어려워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속도가 늦어진다. 뿐만 아니라 화재발생 건물이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고 인근 건물로 연소 확대가 우려된다.

낮에는 소방출동로가 비교적 원활하지만 출·퇴근 시간이나 야간시간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과 비양심적인 운전자들로 인해 현장도착시간이 지연돼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시간에 각자의 길로 가느라 바쁘겠지만 뒤에 따라오는 구급차나 소방차가 자신과 상관없다는 이유로 무관심하게 차량을 운행하는 실정이다.

요즈음 주차전쟁이라고 할 만큼 주차난이 심각하고 여전히 얌체 운전자들이 존재하는 도로에서 소방차는 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고 사이렌만 울리며 애를 태운다.

특히 주택밀집지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넓은 주차공간에 주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편의만을 생각해 집 가까이에 불법주차를 하는 사람들로 인해 소방차가 갈 수 있는 길은 사라져간다.

우리가 주차를 할 때 내 집에 불이 날 경우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는 소방출동로가 될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길속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소방차는 그 주차한 차의 주인이 사는 집의 화재도 진압하러 갈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식의 변화다.

차량 운행 중 긴급차량을 발견하면 서행 후 좌·우로 차량을 피하여 긴급차량의 출동에 방해를 하지 않아야 한다. 골목길 등 좁은 구역에 부득이 주차할 경우는 소방차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만약 집 근처에 주차공간이 없다면 조금 걷더라도 공공주차장등을 이용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내가 아무리 규범을 잘 지켜도 다른 사람들이 지키지 않는다면 나만 손해보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가진다면, 소방출동로를 위한 잠깐의 수고가 이루질 수 없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불신 속에서 규범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먼저 규범을 지키고, 나와 우리를 위한 수고를 조금 더 해보자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리고 소방출동로를 언제든 열어 놓는다면 그 출동로는 나와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것이다.

소방출동로를 위해 조금만 더 걷고 조금만 더 양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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