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기원(신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땅콩회항사건으로 재벌 3세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잠잠해지니까 이번에는 세입자를 강제로 내쫓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재벌 3세의 ‘갑질’논란이 인터넷에 화제로 등장했다.

갑질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갑을관계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을 부당하게 대한다는 의미에서이다.

아무튼 계약서상의 용어인 갑을관계가 오늘날처럼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는 것도 드문 일이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재벌 3세의 갑질논란에서 특이한 사안은 3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는 주체가 재벌 3세라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과거와 달리 경제적인 배경을 가지고 갑질이 저질러진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을’을 하인 다루듯 한다는 것이다.

먼저 한국에서 재벌 3세의 갑질행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재벌 1세가 재산을 모으기 위해 물불을 안가리고 살아오면서 밥상머리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소위 재벌 2세들은 7공자 등의 향락적 행태를 보였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갑질을 해왔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재벌 3세들은 골목상권을 상대로 갑질을 하거나 병역면탈과 세금포탈 등을 일삼기 위해 외국국적을 갖는 경우도 있다.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재벌 3세도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미국국적인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들은 재벌 1세대처럼 재산형성과정에 피땀어린 노력을 쏟지 않은 무임승차자이자 세습자들이다.

더구나 현재 이들에 대한 제반 교육과 훈련이 체계화되어 있지않다면 한국의 재벌세습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예견된다. 몹쓸 짓도 세습되기 때문이다

둘째 해방후 우리나라에서 신분제가 사라지고 경제성장제일주의정책에 따라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면서 예전의 갑을관계도 경제력을 중심으로 발휘되기 시작하였다.

강준만은 「갑과 을의 나라」에서 갑을관계의 연원을 신분제 혹은 계급제사회였던 조선시대의 양반상놈문화와 연계하여 설명하였다.

즉 양반상놈문화에서 서열의식과 특권의식이 유래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갑을관계라는 것이다. 전래의 관존민비사상이나 관우월주의 역시 이러한 문화를 배경으로 하였다.

따라서 조선시대에서는 출신성분이나 관직을 둘러싸고 갑을관계가 주로 형성되었지만 해방이후 특히 경제개발5개년계획이후 돈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자 돈을 가지고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들이 특권적이고 차별적인 갑을관계를 구조화하여 그 지위를 대신하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오늘날 한국사회는 돈을 가지고 새로운 신분관계가 형성되다보니 재벌들은 주인, 고용인이나 이해관계인은 하인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재벌 3세도 당연히 그 지위를 물려받아 버릇없이 일방적인 특권과 반칙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한국을 위한 애국심이나 이웃에 대한 배려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한국 재벌기업의 세계를 프랑스인 시각에서 바라본 「이 한국인들은 미쳤다」라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LG프랑스법인 사장직을 역임했던 에릭 쉬르데쥬로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직접 체득하고 목격한 경험담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그에 따르면 한국재벌기업이라는 조직사회는 상부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라야하는 수직적 종속관계, 상관에 대한 절대복종,

회사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과 헌신을 요구한다. 심지어 사원합숙훈련장소는 사이비종교집단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상부의 명령이 아랫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실천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입증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이다. 장단이 있을 것이다.

다음의 구절이 재벌들의 향후 시사점이 됐으면 한다. 「대학」에 ‘군주가 재물을 모으면 백성은 흩어지고 재물을 흩어 놓으면 백성이 모인다’고 했다.

백성을 고객으로 바꾸어 해석하면 마케팅 격언이 된다.

기업이 고객에게 이익을 많이 취하면 고객은 도망가고, 이익을 덜 취하면 고객은 찾아오게 된다. 한국재벌도 이제 사람을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지 돈만 벌려고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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