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충북대 교수)

          권수애(충북대 교수)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계의 큰 인물로 잘 알려진 김종필 전 총리가 부인 박영옥 여사를 먼저 떠나보내면서 하신 말씀들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분들의 부부애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64년이란 긴 세월동안 그림자내조라는 정평대로 뇌경색으로 고생하시던 김 총리를 극진히 간호하시다가 고인이 되신 박 여사님이 마지막 길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영면하신 것 같다.

고인이 병원에 입원한 직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매일 병상을 지켜온 김 전 총리는 부인의 슬픈 임종을 맞아 그간의 정을 담뿍 담아 보내드렸다. 두 분만의 공간에서 부인에게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입맞춤한 이후 곧바로 고인이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져 9순의 9선 의원은 정치9단 뿐 아니라 남편으로서도 9단임을 보여주셨다.

아내에게 선물한 결혼반지를 목걸이에 매달아 아내의 목에 걸어 주면서, 영세(永世)의 반려(끝없는 세상의 반려)로서 이곳에 누웠노라고 아내 묘비에 쓸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조문객들에게 ‘집사람하고 같이 눕고 싶은데 아직 부부가 같이 현충원에 가는 건 대통령이나 된다고 하니 국립묘지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의 임종을 접하면서 ‘나도 머지않은 장래에 가야 하니까 외로워 말고 편히 쉬라고 했다’며 애틋함을 달래며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보는 사람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김 전 총리의 정치 인생에 평생을 바친 고인은 조용하지만 정치권의 여걸 중 한명으로 꼽힌다. 어려울 때도 많았겠지만 특유한 인내로 내조해온 여사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은 여야를 막론한 많은 정치계 인사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시어 끝까지 화합의 장을 열어주신 자리였다. 배우자의 소중함과 도리를 다 하신 두 분은 부부의 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난 주 그동안 여러 차례 논란이 있던 간통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는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이슬람 국가 외에 간통죄 유지국가가 거의 없어 간통죄에 대한 국민인식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간통죄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간통은 이제 이해당사자들 간의 문제로 법이 더 이상 개입할 수 없게 되었다.

간통죄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은 개인의 애정사건은 국가가 형법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 도덕에 호소할 문제라는 인식이 크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간통죄 폐지로 가족 관계에서 약자인 여성들의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간통죄 폐지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일부일처주의의 건강한 가정 수호를 개인의 자기결정권에만 맡기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피해를 입은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고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등 간통죄 폐지의 후속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간통죄 폐지로 인해 건강한 결혼제도와 가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간통죄 폐지가 방자한 성생활을 묵인하는 폐단을 낳아서는 안 된다. 건강한 가정이 유지되기 위해서 성숙한 성도덕을 지키는 부부의 도리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간통죄에 대한 위헌심판 전날 한 모바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의 69.3%가 간통죄는 존치돼야 한다고 답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혼인한 부부의 근본 의무를 당사자의 자유의지와 애정에 맡길 만큼 국민의 의식변화가 충분한지 걱정스럽다.

부부의 외도로 인한 상대 배우자, 자녀와 주변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부부의 도리를 다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감사망이 철저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