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혜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군자란 한 송이 피었습니다

작년에 피지 않은 꽃이

숨바꼭질하듯 꽃 속에 숨어

봄날 아침 활짝 피었습니다

오랫동안 인연 끊어진 그대의

느닷없이 안부 같아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지만

그래도 잊지는 않았구나 싶어

반가움 감출 수 없었습니다

끝내 보여주지 않고 떠난 그대 마음이

저 꽃이었을 것 같아

종일 가슴 두근거렸습니다

망설이다 쓰지 못한 오랜 편지

이제는 다 쓸 것 같습니다

그대가 주고 간 화분에 군자란 피었다고

그대가 그때 하지 못한 말이

군자란처럼 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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