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논설위원 / 사회학박사)

김현숙(논설위원 / 사회학박사)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미국에서는 1908년 2월 여성노동자들이 근무시간 단축, 임금인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되어 1909년 2월 28일 첫 번째 ‘전국 여성의 날’이 선포되었고, 유럽에서는 1910년 8월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국제여성노동자회의에서 독일의 여성운동지도자 클라라 제트킨(Clara Zetkin)이 여성의 권리신장을 주장하기 위한 ‘여성의 날’ 을 제안하여 이듬해인 1911년 3월 19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에서 참정권, 일할 권리와 직업훈련 권리, 차별철폐 등을 외치는 첫 번째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렇게 세계 여성의 날은 노동운동 및 사회주의운동으로 시작됐지만 오늘날에는 전 세계 여성이 국적, 인종, 종교, 이념, 세대를 뛰어넘어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하고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더욱이 UN이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선포하고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함으로서 세계 각국에서는 각각의 역사와 전통에 따라 여성을 위한 독특한 문화축제를 열고 여성의 동등한 권리와 참여, 폭력 철폐, 차별 종식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여 여성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인식제고를 꾀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과 더불어 매년 3월에는 성평등권 실현을 위한 UN의 여성전문회의인 UN여성지위위원회 회의가 열려 각국 정부대표단과 NGO 대표들이 모여 여성의 지위향상과 권한강화를 위한 각국의 정책사례를 공유하고 범세계적인 정책이행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올해는 UN 창설 50주년이었던 1995년 9월 북경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전 세계 여성의 평등·발전·평화를 결의한 지 만 20년이 되는 해다. 올해 3월 9일부터 20일까지 UN 본부에서 열리는 제59차 UN여성지위위원회 회의에서는 북경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여성발전을 위한 12개 조항의 행동강령이 그동안 각국의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이행되었는지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이행과정의 문제점을 논의하여 새로운 활동방향을 마련하게 된다.
북경 행동강령의 골자를 보면, 1)여성의 빈곤문제 해결, 2)평등한 교육·훈련 보장, 3)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 4)여성의 보건서비스 이용에 대한 접근성 증진, 5)무력분쟁 하에서의 여성 보호, 6)여성의 경제자립과 고용에서의 차별 철폐, 7)권력구조와 정책결정과정에 여성의 참여 확대, 8)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기구 강화, 9)여성의 인권 증진, 10)성평등을 위한 매스미디어의 역할 강화, 11)환경보전에 대한 여성참여 확대 및 지원 강화, 12)여자어린이에 대한 차별·폭력 철폐 및 보호 등이다. 
1995년 북경세계여성대회는 실질적으로 국제사회와 세계 여러 나라들이 성주류화와 성평등을 정책적기조로 삼는데 중요한 역할을 제공했으나 사회적 합의의 부족, 전근대적 유습, 구속력이 결여된 제도 등으로 인해 여전히 성평등의 실현이 요원하다는 것이 전 세계 여성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음 주에 시작되는 제59차 UN여성지위위원회 회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Beijing+20 이행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여성의 날이 시작된 지 104년이 지난 오늘날 여성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정체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전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는 경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개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어 작년 말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별 성격차지수에서 조사대상국 142개국 중 117위에 머물렀고, 조사항목 중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 부문은 124위에 그쳤다. 
다양한 공적·사적 영역의 의사결정과정에 여성참여의 절대적 부족,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에 대한 직·간접적인 차별,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 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성장동력의 고갈을 우려해야하는 우리로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공존공영하는 성평등사회의 구현은 결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보장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미 한 세기 이전에 여성의 인권개선과 지위향상을 위해 땀과 노력을 쏟았던 여성선각자들의 희생을 기리며, 2015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사회가 “여성이어서 행복하고, 여성이 있어서 행복한 사회”로 한 걸음 성큼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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