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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가슴에 희망 전할 수 있어 행복"
"황폐한 가슴에 희망 전할 수 있어 행복"
  • 조아라 기자
  • 승인 2015.03.06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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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이명희, 강현희씨 인터뷰

3.8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돌봄노동자인 이명희(59·사진 오른쪽)씨와 강현희(59)씨를 만났다. 척박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도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자기 자신을 단련해 나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여성 노동계의 희망을 봤다.
청주YWCA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요양보호사인 이들은 지난해 11월 전주 호텔 르윈에서 열린 ‘가사·간병·산모·신생아 돌봄서비스 활동사례 경진대회(충청·호남권)’에서 각각 최우수상(보건복지부 장관상)과 우수상(중앙자활센터장상)을 받아 눈길을 모았다. 서울·경인·강원권, 충청·호남권, 영남·제주권 등 세 권역으로 나눠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각각 단 3명의 수상자만 냈기에 더욱 값진 성과였다.
이들은 2007~2008년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제도 도입 초기부터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각각 시어머니와 위암 환자인 남편의 병수발을 했던 전력이 있었기에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지레짐작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열악한 환경에서 황폐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버텨내고 있는 이들에게 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씨는 “요양보호사는 이용자와 눈높이를 같이 하고 모든 면에서 맞춤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주사 놓는 부위도 알아야 하고, 약 먹는 시간도 체크해야 하고 주민센터에 일을 보러 갈 때도 동행해야 한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모두 꿰고 있어야 제대로 된 케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병 뿐 아니라 청소, 빨래까지 요구받으며, ‘식모’, ‘청소해주는 아줌마’, ‘??엄마’라고 불리기는 예사였다. 급기야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신감도 낮아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용자에 최대한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어머니’, ‘아버지’, ‘오빠’라 부르며 애정을 표현했다. 사랑에는 전염성이 있었다. 처음에는 거리감을 뒀던 이용자들도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 이용자들에게 이들은 ‘제일 친한 언니’가 됐고, ‘일곱 번째 딸’이 됐다.
강씨는 “행사나 명절 때만 돼야 얼굴을 보이는 가족들을 보며 혈연적 가족은 오히려 멀다는 것을 느꼈다”며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닫고 계시던 분들이 점차 자식, 며느리에게도 못한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대회에서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는 영수(가명)씨를 대상으로 한 활동사례를 발표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육체적 고통 보다 더한 피해의식과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며 삶을 포기하려 했던 영수씨에게 이씨는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심어줬다. 소화를 잘 하지 못하는 영수씨를 위해 어린아이에게 주듯 잘게 음식을 썰어 조리했고, 추운 겨울을 대비해 땔감을 해 부엌에 들여 놓아 주기도 했다. 영수씨는 자살을 위해 모아 놓았던 약을 버렸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컴퓨터를 익혔고, 영어와 일어 공부도 시작했다. 좁은 집에서 이씨가 앉을 곳이 없어 마음에 걸린다며 편안한 의자를 준비했고, 석유난로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강씨는 뇌병변 장애3급으로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으로 괴로워하던 영애(가명)씨와의 사연을 토대로 사례 발표를 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람이 무섭다”했고, “그냥 때리고 싶어서” 친구를 때렸다가 고소를 당하기까지 했던 영애씨는 강씨를 만나며 차츰 변화했고,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강씨는 “꿈과 희망을 잃고 좌절하면서 많은 아픔을 겪은 영애씨가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고, 지난 시간이 새로 태어나는 과정임을 추억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나은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들은 치매예방 프로그램인 ‘실버브레인’ 강좌를 수료하기도 했다. 치매 노인들을 위해 보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세상에서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줄 수 있는 이 직업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정말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에요. 이 분들 덕분에 제 삶에도 활력이 느껴져요. 최근 사실 조금 슬럼프가 오기도 했는데 소명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사진/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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