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적용, 국민소환제 도입 등 제도 강화 필요

(동양일보 김동진기자) 한국 국민은 정치권을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정작 정치권은 소위 ‘김영란법’과 주민소환제 등 정치권 부패 감시를 위한 제도 강화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최근 전국 성인남녀 1500명으로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각 분야별 부패점수를 측정한 결과, 정당·국회 등 정치권이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꼽혔다.
조사 결과, 분야별 부패점수(1~5점, 높을수록 부패)는 정당이 3.9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국회가 3.8점으로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이어 종교단체가 3.4점, 공무원이 3.3점으로 그 뒤를 이었고 사법부·경찰·민간기업·언론 등이 3.2점을 기록했다.
군대·교육 분야는 3.1점, 보건의료서비스는 2.9점이었으며 시민단체가 2.8점으로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 부패 사건 신고기관에 대한 질문엔 전체 응답자의 31%가 언론사를 택했으며, 이어 정부신고센터(30%), 해당기관(29%), 비정부기구(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민정서상 정치권을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정당·국회 등 정치권은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적 강화 도입 과정에서 자신들만 제외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에 함몰돼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3일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적용 대상을 무분별하게 확대한 데다 정작 국회의원들을 제외하는 등 입법권을 남용한 ‘국회의원 특권법’이란 비판이 거세다.
당초 정부 원안에는 예외조항을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조례·규칙 등의 제정·개정·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로만 규정했었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 심의 과정에서 ‘선출직 공직자·국회·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로 둔갑됐다.
이는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지역 유권자 등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민원이 관련법상 명시한 15가지 부정청탁 유형에 포함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도록 한 특권 조항이다.
더욱이 공익적인 목적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구분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정당·국회가 이해관계에 있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민원 해결을 위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 맹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창구가 선출직 공무원에 국한돼야 한다는 발상 자체도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입법권 남용이란 지적이다.
선출직 공무원 중 국회의원만 유일하게 주민소환제가 적용되지 않는 제도적 허점도 국회가 스스로 만들어냈다.
2007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 등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제가 도입돼 시행중이나 같은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2012년 6월 19대 총선 직후 당시 민주당 황주홍 의원 등 초선 11명이 ‘국민소환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내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표류중이다.
새누리당도 2013년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 국회의원 특권 축소를 명분으로 국민소환제 추진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새누리당 혁신위원회에서도 국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당내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됐다.
정치적 로비 수단이나 편법 정치자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정치후원금 제도 역시 선거 때를 제외하곤 선출직 공무원 중 국회의원만 받을 수 있는 점도 국회의원 특권이다.
이처럼 가장 부패한 집단인 정치권이 자신들의 특권 축소와 부패 방지를 위한 자정노력은 뒷전인 채 입법권한을 제 멋대로 행사하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국회의원 부패 방지와 특권 남용 차단을 위한 제도적 강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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