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관(사진) 협동조합극단새벽 이사장이 별세했다. 향년 52.

당뇨와 고혈압 등의 질환을 앓고 있던 이 이사장은 8일 오후 뇌졸중으로 숨졌다.

그는 1964년 청주시 낭성면 출생으로 충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충북대 극예술연구회 활동을 시작으로 연극계에 입문, 70여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하며 지역 연극계를 이끌어 왔다.

이 이사장의 장례는 충북연극계 최초로 충북연극협회와 충북민예총연극위원회 등 충북의 전 연극인들이 추모의 마음을 모아 충북연극인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0() 오전 730분 청주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 장지청주목련공원이다.<편집자>

 

당신이 부르던 노래는

-이상관 형을 애도하며

 

 

빛도 없이 캄캄한 먼 길을

이제 당신은 어찌 가시겠습니까?

 

당신이 부르던 노래는

공허한 빈들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함께 추던 춤사위는 허공에서 떨어 지고

장단을 치던 채는 꺾였습니다

 

부풀어 오른 땅에 뿌리고 싶어 했던 씨앗은 얼고

하늘을 열지 못했습니다.

 

깡통 장단에 부르던 노래가

숨죽인 무대에서 떨고 있습니다.

봄 햇살 푸진 날

피지 못한 꽃망울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포장마차에서 웃던 너털웃음도

해장국을 먹고 쓱 닦아내던 근심도

길을 잃었습니다.

 

이제 누가 있어

가난한 무대 뒤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막을 내린 뒤 오는 긴 탄식을 껴안아

다시 일으켜 세워 주겠습니까?

 

눈물로 얼룩진 화장을 지워주고

상처 입은 소주잔에

위로의 술을 부어주겠습니까?

수십 번을 더 죽었던 무대처럼

오늘 당신을 보내는 자리가 연극인 것 같습니다.

조명이 꺼진 무대와 텅 빈 객석은 적막합니다.

 

두 볼을 따라 난 눈물자국 같은

당신 발자국은 고요할 것이나

우리의 아쉬운 가슴으로 흐르는

세찬 슬픔은 무엇으로 가누어야 합니까?

 

당신이 떠난 자리로 또 봄은 올 것입니다.

지랄 맞게 또 꽃이 피면 우리는 어찌합니까?

목마른 그리움은 또 어찌합니까?

 

우리는 정류장을 서성이며

뽀얗게 먼지가 앉은 의자처럼

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제 당신이 못 다 부른 노래와

길을 잃은 장단과

숨죽이며 부르던 우리의 노래 모두 거두어서

서녘 하늘에 붉게 걸어 두십시오

 

서러운 노래가 흐르는 구름을 보며

우리는 바람의 문장을 읽고

애틋하고 다정했던

당신의 음성을 듣겠습니다  

이원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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