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충북대 교수, '인문천문목요학습' 발간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인문천문목요학습은 여러 영역을 통섭(通涉)하고 종단(縱斷)하지 않으면 전체를 볼 수 없다는 반성에서 출발합니다. 학설과 이론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중요한 개념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주 하나의 개념을 기술하면서 새삼 깨우친 것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며 아는 만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7년 전, 33년에 걸쳐 인문학과 사회학을 중심으로 우주 자연에 존재하는 주요 개념들을 총 정리해 보겠다는 무모한(?) 기획을 시작했던 김승환(62·사진) 충북대 국어교육과 교수. 최근 그가 쓴 ‘인문천문목요학습’ 중 사상, 철학, 사유와 관련된 개념만을 묶은 ‘인문천문목요학습 2040-사상·철학·사유’편이 발간됐다. 
책에는 사회운동가인 러셀이 제기한 ‘이발사의 역설’, 사회학자 홉스가 명명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창안한 ‘거울단계’ 등 150개의 개념을 각각 한국어 2100자(영어, 중국어, 한자어 등 제외) 분량으로 기술한 글 150편이 실렸다.
김 교수는 지난 2008년 2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등을 통해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문화, 사회, 자연, 종교의 중요한 개념을 분석하고 설명한 ‘인문천문목요학습’을 발송하고 있다. 일종의 사이버 인문학 운동인 셈.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인간이라는 종이 만들어내고 있는 사유를 통섭적으로 총 정리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7년 전 ‘아우라’를 첫 번째 주제로 삼아 호기롭게 첫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아우라’는 미국 듀크 대학 객원교수 시절 세계적 석학인 프레드릭 제임슨 교수와 함께 한 학기 동안 세미나를 하기도 한 개념이었기에 책 한권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하루를 꼬박 매달려도 원고지 7매 분량을 쓰기가 쉽지 않았고, ‘그동안 안다고 자부했던 것은 아침이슬 같은 것이었구나……’하는 자책이 밀려왔다.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수준에서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어떤 한 개념에 대해 쓰려면 관련된 책을 2~3권씩 다시 읽어야 합니다. 한국어 번역본보다는 가능한 원서를 그대로 읽으려고 해요. 한국인의 역사, 사유체계와 달라 번역본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리고 그 개념과 관계를 맺고, 더욱 객관화시켜 제 식으로 해설하고 배열하는 겁니다. 이게 굉장히 어려워요. 칼럼 정도의 완성도 있는 글을 쓰고 발송하기까지 100번도 넘게 고치며 글 속에 김승환식 생명과 아우라를 불어넣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100번도 넘게 고쳐진’ 글들이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김 교수. 단지 예술가의 학습용으로 엮었을 뿐 미완성인 글을 상업적으로 출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번 ‘사상·철학·사유’편은 비매품으로 발간했다. 충북민예총(문의=☏043-256-6471)에서 배부한다.
33년. 그만큼의 시간이면 꼭 필요한 모든 개념이 정리될 것이라 생각해 기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2040년으로 잡았다. 1800여 항목을 목표로 하며, 책으로는 12권을 발간할 예정이다. 2040년이면 54년생인 김 교수는 87세가 된다. 앞으로 25년 간 더 진행될 이 기획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건강이 관건이다.
“모든 존재는 본래는 같은데 드러나는 것이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우주적 시공간 속에서 보면 인류라는 종은 아주 잠시 존재할 뿐입니다. 개인도 찰나 같은 존재에요. 그렇게 짧은 순간을 살지라도 우주를 느낄 수 있으니 허망한 것은 아니지요. ‘인문천문목요학습’은 한 인간 존재가 현실에 살면서 고통스럽게 사유한 작은 흔적일 뿐입니다. 보시고 많은 비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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