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계절의 눅눅한 하늘로

물고기 한 마리 간다

 

숙명은 늘 바람같이 달려와

멈추었다 떠난 자리에

무엇을 남가는가

 

사랑은 결국

불발이었다

 

소리없이 꺼져들어

화엄의 경계까지 삭아들어

전생의 기억은 엄두도 없다

 

가로등 불빛에 몸을 섞는 나방이같이

몸을 태우며 사는 법을 알았으니

 

겨울의 얼음장 속으로

새 한 마리 간다

태초의 무늬 없는 형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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