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영화 ‘변호인’을 보고 울컥했다, 마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한참 멍하니 눈만 껌뻑이다 한숨만 쉬다

찔끔거리는 눈물에 눈가를 짓누르며

그래도 잔잔하게 밀려오는 따뜻함을 느끼며

 

국밥이 나왔다, 하얀 육수에 얇게 썬 수육과 내장을 넣은

고춧가루 대충 겉절이한 정구지를 넣고

하얗게 염을 한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얇게 썬 청양고추로 칼칼하게 맛을 낸

경상도 돼지국밥이

 

어느 시인이 자산의 생일날

나 같은 것이 살아서 국밥을 먹는다고 울먹였다는

국밥, 잡혀가는 봉준이에게 따뜻한 말아주지 못해 미안해 한

국밥, 장꾼들이 먼 길 떠나기 전 배를 채웠던 쓸쓸한

국밥, 전라도 촌놈이 통영 처차를 만나 경상도에서 처음 먹어본

국밥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나왔다

 

총칼로 빼앗은 권역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고문하는 참혹함을

하얀 국물처럼 여린 국밥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는 영화

시대는 다시 뒤로 돌아 국밥을 말아먹던 그 80년대로 돌아가

국법이 국밥보다 못한 시절리 펼쳐지고 있는 지금

‘변호인’을 보고 내내 먹먹했다, 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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