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순(문학평론가)

          연은순(문학평론가)

 내가 강아지 두 마리를 반려동물로 맞이하게 된 것은 이년 여 전 일이다.
 아들 둘을 키우다 품에서 떠나 우리 부부 둘이 남게 되면서 외롭고 적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캐나다에 살며 애들이 사춘기를 맞아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애견샵을 기웃거리며 강아지를 한번 키워볼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하는 일이 많았고 애들이 아직은 품안에 있을 때라 그리 절실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갱년기를 겪으며 적적한 날들이 많아지면서 남편과 시간이 날 때면 애견샵이 모여 있는 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캐나다에 있는 큰 아들이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캐나다로 돌아가며 우리 내외에게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하고 갔다. 망설이던 엄마, 아빠에게 아들로서 결단을 내려준 것이다.
 생후 두 달도 안된 말티즈 한 마리를 엉겁결에 데리고 와 키우게 되었고 처음엔 낯설고 힘들어 다시 돌려보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천사라 이름을 지었고 몇 백 그램에 불과하던 천사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며 우리 집 재롱둥이가 되었다. 혼자 적적해 하는 것 같아 친구를 하나 더 들이자는 생각을 하였고 서울에 있는 작은 아들이 내려와 귀엽고 앙증맞은 말티즈 한 마리를 사 주고 갔다. 그 녀석이 사랑이다.
 이년 넘게 그들과 생활하며 이발이며 목욕이며 대소변 길들이기 등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애견 전문가 비슷하게 되었다. 강아지들은 자기 나름대로 주인집 식구들 서열을 매긴다고 하는데 그들 눈에 나는 다소 무서운 주인에 해당하고 그들에게 한없이 편하게 대해주고 그들이 싫어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는 남편은 친구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불과 두 달 차이인데도 천사와 사랑이는 체질이 달라 천사는 현재 4킬로가 조금 넘는데 사랑이는 지금껏 2킬로도 되지 않는다. 천사는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 사람들만 보면 길길이 뛰는 형이고 사랑이는 무심한 편이다. 외출을 좋아하는 천사는 외출할 기미만 보이면 흥분모드로 변해 펄펄 뛰는데 사랑이는 천사가 외출복만 입는 걸 봐도 바닥에 바짝 엎드려 벌벌 떤다. 저도 데리고 나갈까 무서워하는 것이다. 참 아롱이 다롱이가 아닐 수 없다.
 천사는 얼굴이 웃는 형이고 사랑이는 약간 뚜한 형이다. 목욕할 때나 귀털을 뽑을 때 사랑이는 얼마나 엄살이 심한지 앙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천사는 어른 같아서 용변을 보고 닦아줄 때도 의연하게 기다리는데 사랑이는 물휴지만 꺼내 들면 소파 뒤로 쪼로로 도망가 숨는다.
 내가 외출에서 돌아올 때면 두 녀석은 문앞에서 펄펄 뛰며 나를 반긴다. 천사는 하도 좋아해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외출에서 돌아와 그들과 만남의 세레모니를 하노라면 내 마음은 한없는 감동에 젖는다. 세상 모든 시름을 잊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남편이 퇴근할 무렵이면 현관문 앞에 나란히 앉아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이 모임이 있어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하염없이 앉아 기다린다. 어쩌다 남편이 집을 비울 때면 이들의 상심이 크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 남편 말에 의하면 내가 집을 비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들이 품에 안겨 자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련해지며 울컥 측은지심이 들기도 한다. 남편은 쉬는 날이면 옆방에서 그들과 함께 잔다. 천사는 남편 머리맡에서, 사랑이는 남편의 팔에 턱을 고이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잔다. 어찌나 매녀들이 좋은지 쉬가 마려우면 침대에서 내려와 볼 일을 보고 절대 실수하는 법이 없다. 참 신통하다.
 서울에서 작은 아들이 내려오는 날은 천사와 사랑이의 축제일이다. 특히 천사의 사랑은 극에 달해 작은 아들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외출에서 돌아올 때면 애들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했더니 작은 애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들이 우리 식구가 되면서 우리 집은 전보다 훨씬 따뜻하고 사랑 충만한 곳이 되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어쩌다 예쁜 길고양이를 만날 때면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길을 가다 산책 나온 강아지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몇 살인지 어떤 종인지 물어보며 말을 건넨다. 요즘 우리 부부는 자꾸 예쁜 고양이 한 마리 더 키우고 싶은 마음에 주말이면 또 다시 애견샵을 기웃거린다. 천사와 사랑이 덕에 우리 마음은 언제나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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