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일(현지시간) ‘124위 시복 감사미사’ 전 성 베드로 대성전을 찾아 한국 신자들, 성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평화신문 제공)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앗 리미나)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주교들에게 겸손한 자세로 평신도와 교회를 위해 봉사할 것을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현지시간) 주교회의 부의장인 장봉훈 주교(청주교구장) 등 한국 주교단 2그룹 12명과 만나 “사제들은 안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신자 위에 군림하려는 경향도 있다”며 “사제들은 ‘한국교회에 맨 마지막에 도착한 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에서 (직위가) 올라간다는 것은 내려간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그룹 알현 때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2그룹 알현에서는 남북 관계를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교황은 올해가 남북 분단 70년이라는 말에 “남한과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이라며 “순교자의 피는 남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피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그룹 알현 때 참석했던 14명을 포함, 한국 주교단 25명과 몽골 지목구장 주교 등 총 26명이 교황을 공동 알현했다. 이 자리에서도 교황은 “그리스도께서 섬김을 받으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러 오신 것처럼 여러분도 종이 되기를 부탁드린다(마태 20,28 참조)”고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해 있었던 교황 방한에 대해 감사를 표한 뒤, 세속화와 물질주의 등 한국교회가 당면한 과제를 언급했다.

김 대주교는 “세속화와 물질주의의 확산으로 한국 교회 구성원이 중산층으로 변화되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줄고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세속화·관료화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신자들의 성사 생활과 신앙 의식이 쇠퇴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날 현지시각 오후 5시에는 지난해 8월 16일 복자품에 오른 124위 시복 감사미사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직전 대성전을 방문, 미사 참례자들을 격려했다.

교황은 “한국 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시작됐고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됐다. 평신도들이 보여준 신앙과 열정이 한국 교회를 이끌어온 절대적인 힘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강렬한 신앙과 열정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신앙이 무너진다. 여러분의 신앙은 매우 단단하게 유지돼야 한다. 순교자의 열정을 잘 간직하고, 안락한 신앙을 버리고 여러분의 신앙을 힘차게 이끌어 아시아 교회의 빛이 되어 달라”고 밝혔다.

교황과 한국 주교단의 만남은 17일까지 계속되는 주교들의 사도좌 정기방문 일정 중 하나로 진행됐다. 사도좌 정기방문이란 교회법에 따라 모든 교구의 주교들이 5년마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하는 일을 말한다. 이번 방문에는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 등 25명의 현직 주교회의 회원이 모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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