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충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산부인과전문의>

우리나라 여성들은 올바른 피임법, 가족계획, 각종 월경 질환등과 관련해 산부인과 전문의에게서 얻는 정보를 가장 신뢰하는 반면, 사회 시선 등을 의식해 정작 산부인과 방문은 꺼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지난해 15~45세 여성 1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5명(53%)이 전문의로부터 얻는 정보를 가장 신뢰한다고 응답한 반면, 18%는 ‘부끄러워서’ 산부인과를 한 번도 방문하지않았고 11%는 산부인과에 갈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산부인과는 여성이 일생 동안 가장 가까이해야 할 진료과다. 임신과 출산 외에 산부인과를 찾아야 할 이유는 많다.

● 안으로 숨은 여성 생식기, 세균 번식하기 쉽다
여성의 생식기는 남성처럼 밖으로 돌출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있다. 습하고 따듯한 데다 한 달에 한 번씩 자궁에서 출혈이 있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구조다. 
여성 생식기 질환이 진행된 뒤에도 거의 드러나지 않아 병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방치하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리 현상은 여성의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거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의 40% 남짓이 생리통이나 생리 불순 등 생리 관련 질환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데, 대부분은 부끄럽다는 생각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생리통을 참기 일쑤다. 
이럴 경우 자신도 모르게 자궁이나 골반에 병을 키울 수 있다. 
또 대표적인 여성 질환인 질염이나 골반염, 자궁근종 등은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써야 예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초경을 경험하면 처음에는 호르몬 변화가 불규칙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6개월 이내에 산부인과를 방문해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 가임기부터 폐경기에 이르기까지 산부인과 검진은 필수 
특히 가임기 여성이라면 더욱 산부인과와 친해야 한다.
 20대이후에 겪을 수 있는 극심한 생리통이나 성교통, 요통은 자궁질환의 적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20~30%, 35세이상 여성의 40~45%에서 볼 수 있는데,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전체의 30~40%밖에 되지 않으므로 자칫하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여성 암의 20% 이상을차지하는 자궁경부암도 우리나라 여성의 주된 사망 원인임에 불구하고 검사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여성 질환을 키우지 않으려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문턱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라면 결혼 전 산부인과 검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여성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해야 한다. 
산부인과를 방문해 풍진 항체 검사, 혈액형, 자궁 및 난소 검진, B형 간염 검사, 간 기능 검사, 흉부 검사, 심전도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꼼꼼히 받는 게 좋다.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50대로 접어들면 여성 호르몬이 감소해 폐경기로 들어가는데, 이때 호르몬요법을 접하면서 호르몬 환경 변화는 물론 질 벽이나 자궁내막의 위축 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궁내막암, 자궁내막 플립, 자궁내막증, 자궁경부암, 자궁체암 등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폐경이 되었다고 모든 자궁 관련 질환에서 해방되는 것도 아니다. 노화에 따른 암 발생률이 높아지기때문에 산부인과 검진을 빠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임신 상관없이 6개월~1년마다 정기검진
산부인과 검진은 초음파검사,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 질염 검사 등이 기본이다. 
여성이라면 결혼 여부나 나이와 상관없이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검사해야 여러 질환으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초경 이후에는 아무 증상이 없어도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은 산부인과를 찾아 간단한 검사로 자궁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 경험이 없다면 일 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해도 무방하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