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믿기지 않았어요."

(동양일보) 한국 여자 테니스를 이끌 재목으로 꼽히는 장수정(266위)은 약 3주 전 '그날'의 충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장수정의 소속팀 삼성증권은 최근 해단됐다. 삼성증권 측에서 투자 대비 선수들의 성과가 좋지 못했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개인 훈련 중이던 장수정은 "그렇게 큰 기업팀이 해체된다니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장수정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DB오픈테니스 단식에서 8강에 들었다.

그를 두고 국내 테니스계의 기대감이 컸다.

한국 선수가 WTA 투어 대회 8강까지 오른 것은 2006년 1월 WTA 투어 캔버라 인터내셔널에서 준우승한 조윤정 전 삼성증권 코치 이후 7년8개월 만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해 삼성증권에 입단했지만 1년여 만에 팀이 해단되는 불운에 맞닥뜨리고 말았다.

선수마다 빡빡한 해외 대회 스케줄이 있어서 식사도 한번 다 같이 하지도 못하고 헤어졌다.

장수정은 "해단 소식에 눈물을 쏟기보다는 더 강해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내 성과에 따라 후원사가 붙을 수 있으니 더욱 동기 부여가 된다"며 오히려 이를 악물었다.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며 "빨리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장수정은 당분간 개인적으로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른 팀에는 들어가지 않고 실력을 인정받아 후원사를 직접 구하겠다고 구상하고 있다.

한창 분발해야 할 때이기에 지난달 말부터 지난주까지 연달아 나간 3차례 호주 대회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장수정은 1일 끝난 국제테니스연맹(ITF) 호주서키트 단식에서 정상에 오르며 10개월 만에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ITF 나이스타 포트피리 인터내셔널에서는 준우승했고, ITF 밀두라 그랜드 인터내셔널에서는 8강에서 떨어졌다.

장수정은 "2차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했고 3차 대회 8강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는데 이기지 못했다"면서도 "나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제 자신의 실력만으로 후원사를 찾아야 하기에 큰 여유가 없다. 장수정은 20일 대회에 나서고자 바로 태국으로 출국한다.

장수정은 "올해 안에 세계랭킹 200위 안에 들고 싶다"며 "그렇게 되면 도와주는 분들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고 희망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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