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시행 특수목적법인 대기업 계열사 제외 검토

(동양일보) 정부가 도로, 철도 등 공공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공공성이 있는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대기업 계열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와 기업이 민간투자사업의 이익과 손실을 '반반'으로 분담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의 도입도 추진된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다음 달에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건의 사항을 포함해 민간투자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의 건의 사항은 민간투자 사업을 위해 일시적으로 만드는 SPC를 계열사에서 제외해달라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13일 민자사업을 추진하는 SPC는 공정거래법상 '30%룰'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공문을 기재부와 공정거래법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보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민간투자 사업 현장을 방문 자리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비슷한 건의를 받고 기재부 간부들에게 "업계의 건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봐 달라"고 지시했다.

민간투자 사업은 정부 몫이던 도로, 철도, 학교, 하수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을 민간(기업)이 대신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정부는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기업은 돈이 충분한데도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현재 공정위와 건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한건설협회의 정식 건의가 있었고, 기재부도 자신들의 의견을 우리한테 전달했다"며 "협회의 건의에 대한 검토, 부처 간 이견 조율 등을 거쳐 입장을 최종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쟁거래법상 30%룰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30% 이상 소유한 회사를 해당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편입하도록 한 제도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이 포함되는 민자사업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로 편입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채무보증, 상호출자 금지 등 각종 규제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은 해당 사업 추진을 위해 만든 SPC에 30% 이상 출자하고 싶거나 여력이 있어도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어 출자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30%룰은 그동안 민자사업 규모가 거의 해마다 감소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민간투자 사업 규모는 2007년 11조2000억원, 2008년 9조7000억원, 2009년 9조2000억원, 2010년 7조6000억원, 2011년 4조8000억원, 2012년 5조2000억원, 2013년 3조6000억원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규모는 4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또 정부와 민간이 민자사업의 손실과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의 '성과공유형'(BOA) 민간투자 사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BOA 방식은 기존 민자사업 방식인 임대형 민자사업(BTL)과 수익형 민자사업(BTO)의 중간 형태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민간에 임대료와 운용비를 지급하는 BTL은 정부에 부담이 되고 민간이 운영권을 갖는 BTO는 민간이 다소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BTO 또는 BTL의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민관이 사업의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제3의 사업방식을 준비 중"이라며 "민관이 손실과 이익을 '반반'으로 나누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폐지로 BTO는 기업에게 리스크가 너무 큰 방식이 됐고, BTL은 기업에게 '리스크 프리'(Risk Free)"라며 "그 중간영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정부와 기업이 분담하는 손익 비율을 사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50:50'을 가장 유력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업별로 비율을 달리 적용하면 주무 관청과 기업 사이의 계약과 협상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새로운 사업 방식 도입에 필요한 여러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민자사업과 관련한 MRG 방식도 손을 보기로 했다.

MRG 방식은 실제 수입이 추정 수입보다 적을 경우 정부가 사전에 약속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것이어서 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09년에 폐지됐지만 그 이전에 협약이 체결된 78개 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78개 중 이미 MRG를 완화한 7개 사업을 제외한 71개 사업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도 최소수입 보장 대신 최소 비용 보장으로 변경하는 등 정부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승헌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민자사업은 세계적인 추세로,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에 찬성한다"면서도 "중소 규모의 민자사업을 발굴해 중소·중견기업도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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