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저널리스트 신성욱씨, 청주시립정보도서관서 강연

▲ 사진/김수연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다소 파격적인 제목 아래 뇌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짚는 이 책으로 대한민국 부모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과학 저널리스트 신성욱씨. 그가 최근 청주를 찾았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대전충북지부 청주지회는 20일 오전 10시 청주시립정보도서관 강당에서 신성욱 작가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신씨는 이날 강연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뇌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꼬집고, 과도한 인지 교육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뇌를 발달시키는 방법을 알려줬다.

 

●“밤 새워 책 읽으면 뇌가 고장 나요.”

“우리 아이가 밤을 새워 책을 읽는다고요? 아이들이 밤 새워 책을 읽으면 뇌가 고장 나요. 초등학생에게 뇌 호흡을 시키는 것도 좋지 않아요. 아이가 차분해지니까 효과가 있는 것 같죠? 차분한 아이는 아픈 아이에요.”

참석자들은 대부분 30~40대의 젊은 엄마들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강연장을 가득 메운 이들의 모습은 자녀 교육에 대한 엄마들의 뜨거운 관심을 대변했다.

신씨는 시종일관 직설적인 말투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참석자들을 자극했다. 그는 “아이들의 뇌는 어른들과 다르다. 매일 공상 중이고 매일 달라진다. 한 시간 전의 아이와 한 시간 후의 아이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나중에 아이가 살게 될 세상은 디지털 문명이라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될 거에요. 기계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세상에서 기계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바뀌어갈 것이고, 이 시대에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각광받을 것입니다.”

 

●“주시하고 감시하기 보단 ‘응시’하세요.”

“요즘 엄마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응시’에요. 눈빛은 가장 강력한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엄마들은 기술에만 의존해 ‘주시’하고, ‘감시’하죠. 그러면 뇌가 쪼그라들어요.”

그가 밝힌 아이들의 뇌 발달을 촉진시키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 아이들이 하루하루 기쁘고 신나면 뇌가 잘 자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부모와 자녀들이 눈빛을 맞추고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공감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충분한 영양 섭취와 운동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신씨는 “아이들이 조용히 걸으면서 심장의 리듬을 느끼도록 ‘걷기’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 걷기는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좋게 만든다”며 “아침에는 반드시 양질의 탄수화물(쌀)로 구성된 식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아닌 다른 존재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하는 것도 아이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만드는 비결로 꼽았다.

신씨는 “예전에는 아이를 낳으면 온 마을이 다 함께 키웠는데 지금은 엄마 혼자서만 키우다보니 아이가 건강한 인간이 되기 어렵다”며 “다양한 관계 속에 키울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이야기를 들었던 건 언제였나요?”

신씨는 문자 중심의 조기교육, 몰입 독서 교육을 경계하고 놀이(Free play)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충분히 놀지 못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그는 “아이들에게 시간, 공간, 친구를 되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들에게 책은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아니라 이야기가 들어있는 그릇이므로, 책의 권수가 10권인지, 100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추천도서목록에 있는 책을 읽히기 보다는 도서관과 서점에 가서 아이에게 직접 고르게 하는 것이 좋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초등학생 대상 독서 토론도 경계했다. 신씨는 “독서토론은 말로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서는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연을 마칠 즈음, 고 백남준의 생애 마지막 비디오 설치 작품인 ‘엄마’가 선보였다. 팔 벌린 엄마의 품(두루마기) 속에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며 “엄마”를 부르는 모습(모니터)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이야기 들었던 건 언제였던가……오늘의 주제이자 결론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비결은 가족입니다. 부모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신문을 보고 토론도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가족의 정서, 유대가 아이를 잘 성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조아라>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