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신속 건립” vs 충북도 “부지 무상 제공” vs 도교육청 “제값 달라”
학계·시민단체 “도의회, 민의 파악 안 하고 자기중심적 사고” 비판

(동양일보 지영수.이도근 기자) 충북도의회 독립청사 건립 추진을 놓고 관련기관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충북도청 옆 중앙초등학교가 올해 초 율량동으로 이전하면서 비어있는 부지에 도의회 청사를 짓자는 얘기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충북도와 도의회, 도교육청 모두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3개 기관의 셈법은 도의회가 24일 개최한 ‘도의회 청사 건립 토론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땅 주인인 도교육청은 제값을 쳐주지 않으면 팔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충북도는 도교육청이 무상으로 제공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럴 경우 도청을 찾는 민원인들의 주차 부지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충북도가 제값을 주고 사든, 무상으로 넘겨받든 옛 중앙초 부지에 서둘러 독립청사만 지어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이날 토론에 나선 임회무(괴산·새누리당) 도의회 행정문화위원장은 “도의회 독립청사 건립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며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임 의원은 “도청에 있던 경제자유구역청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도청 인근 식당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 걱정한다”며 도심 공동화에 따른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도의회 청사 건립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조운희 충북도 안전행정국장은 “옛 중앙초 건물을 리모델링하든 신축하든 재정적인 문제는 도가 떠안아야 하지만, 도교육청이 부지를 부담하는 게 맞다”며 이 부지를 무상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난색을 표시했다.

박종칠 도교육청 행정관리국장은 “중앙초를 율량동으로 옮기면서 230억원이 들었는데, 탁상 감정을 해봐도 옛 중앙초 부지는 120억∼130억원에 달한다”며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답변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박 국장은 “청주에는 운동장이 없는 학교, 기숙사가 없는 학교 등 환경이 열악한 곳이 허다하다”며 “옛 중앙초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다른 용도의 학교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에게도 학교 부지가 필요하다”며 “충북도가 일시금이 아닌 4년 분납을 조건으로 사겠다면 팔 수 있다”는 조건을 내놨다.

도교육청은 전액 현금으로 매입하는 것이 어렵다면 10여년 이상 답보 상태에 놓여있는 밀레니엄타운 일부 부지를 예술고등학교 건립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맞교환하자는 의견도 전달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독립청사 건립을 고집하는 도의회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남희 한국교통대 교수는 “주민을 대표하는 도의회는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들은 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도의회가 여전히 의회 중심의 사고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국장도 “(도의회가) 임신도 안 했는데, 아이를 언제 낳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지 확보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청사 건립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를 주최하는 것이 ‘바람잡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충북도의회는 옛 중앙초 부지 1만3325㎡에 9900㎡ 규모의 건물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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