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린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접종한 백신이 별다른 효과가 없는 ‘맹물 백신’으로 드러났다.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가 최근 기존에 사용해온 백신이 현재 번지고 있는 돼지 구제역에 대한 예방효과가 낮다는 평가결과를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검역본부는 26일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여러 백신 간의 면역학적 상관성 실험결과를 24일 통보 받았다"며 "2011년부터 접종해온 백신주(O 마니사)와의 상관성은 0.10~0.30이었다"고 말했다.
상관성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면역학적으로 유사하며 0.3 이상이 돼야 백신을 추천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는 의미다.
이를 감안하면 그동안 정부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접종한 백신은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말이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제역은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과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응체계를 드러낸 꼴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맹물 백신’ 접종을 강행해 왔다.
정부는 백신 효과가 없다는 축산농가들의 주장을 일축하며, 백신의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접종 방식이 잘못됐다고 오히려 축산농가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했다.
더욱이 영국 퍼브라이트는 전 세계 구제역 바이러스와 백신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1월 한국 정부에도 통보했으나, 정부는 이를 축산농가 등에 알리지 않은 채 은폐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백신의 무용론에 대해 현장에서 효과는 떨어지지만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나타내 축산농가들의 원성을 자초하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백신의 효능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
또 효능이 떨어진다면 조속히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백신으로 교체하는 것이 당연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백신 효과가 없는 것은 축산농가의 책임이라거나, 효과가 떨어지긴 해도 분명히 예방효과는 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자신들의 예방대응책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구제역 예방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다면 이를 최대한 빨리 개선, 구제역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방역당국의 책무라는 점에서 이번 구제역 확산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에 따라 검역본부는 우선 발생지역에는 현재와 같이 긴급으로 도입된 두 백신주가 혼합된 O형 단가 백신을 사용하되, 앞으로 과거 발생유형 및 주변국 발생상황을 고려해 신형 백신주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긴급 도입한 신형 백신(O 3039 백신주)은 면역학적 상관성이 0.42~0.73으로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입증됐다는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지만, 이미 구제역은 확산될 대로 확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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