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성발전센터, 충북여성인물사 발간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언저리에 위치해 온 충북 여성의 궤적과 삶의 흔적을 찾는다.

충북여성발전센터(소장 유영경)가 최근 충북 최초의 지역 여성인물사 자료인 ‘충북여성인물사 Ⅰ: 새로운 길을 밝힌 여성들’을 발간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2년 충북지역 여성사 쓰기 작업으로서 첫 번째로 시도된 ‘충북여성사 : 충북 여성의 발자취’에 이은 두 번째 책. 그동안 남성 중심적, 가부장적 역사 기록에서 배제돼 온 여성의 역할과 위치를 재조명하는 이 책은 지역 여성 연구 자료로 뿐 아니라 성인지 정책에 있어서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사주당 이씨, 정일당 강씨, 어윤희, 신순호, 임수명, 박자혜, 전밀라, 류금수, 지현옥, 박병선 등 10명의 여성을 조명하고 있다.

이혜경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원은 “충북여성인물사는 수록 인물의 범위를 기존 국내 여성인물사 연구에서 이미 인정과 평가를 받은 여성 인물 범위로 한정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발굴되지 않은, 그래서 조명되지 못한 충북의 여성 인물들에 대한 탐색을 통해 지역 여성사 쓰기 작업을 이어가고자 했다”고 밝혔다.

책은 크게 6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지역 여성인물사의 의의, 연구 내용, 시대·인물 선정 및 수록 범위와 집필 방식, 구성과 내용 등을 개괄하고 있다. 2장부터 4장까지는 충북 역사와 삶을 함께 한 10명의 여성들을 시대별, 주제별로 구분해 소개하고 있다.

2장 ‘조선시대, 비범했던 여성들’에서는 세계 최초의 태교 책을 저술한 사주당 이씨와 조선 최고의 여성 성리학자인 정일당 강씨에 주목했다. 사주당 이씨는 18세기에 남녀 평등관을 가졌던 여성사상가이자 선비로 태교책인 ‘태교신기’를 저술하는 등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은 여성이었다. 정일당 강씨는 성인이 되는 것을 인생 목표로 삼아 일가를 이룬 학자이자 문인, 시인, 선비였다.

3장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 선 여성들’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시대에 저항한 충북 여성의 자취를 찾아본다. 3.1운동 당시 개성의 만세 운동을 이끈 어윤희는 기독교의 전도부인으로, 독립운동가로, 사회운동가로 평생을 바쳤다. 십여 인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명문에서 태어난 신순호는 남편과 함께 부부 광복군으로 활동했다. 독립운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신팔균의 아내 임수명, 신채호의 아내 박자혜는 독립운동을 함께 하고 지원해 준 동반자로서 주목받는다.

4장 ‘광복 이후, 새로운 길을 밝힌 여성들’에서는 근대라는 미명 속에 새로운 길을 밝힌 충북 여성 4인을 소개한다. 여성에게 금기시 되어왔던 종교지도자의 영역에서 견고한 벽을 넘어 도전에 성공한 한국 최초의 여목사 전밀라, 남성사회에 정면으로 도전해 여성해방운동과 조국통일운동에 몸을 담은 통일의 어머니 류금수, 한국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산악인 지현옥,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수장돼 있던 세계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한국의 고서 ‘직지’를 찾아내 세계에 알린 직지의 대모 박병선 등이다.

5장에서는 ‘충북여성인물사’의 공동 연구 집필진, 지역 내 여성, 역사 분야 전문가,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충북 여성상 정립, 충북 여성의 과제, 향후 충북 여성 인물 발굴 방안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좌담회 현장을 담았다. 6장에서는 이번 연구의 한계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고 있다.

유영경 소장은 “이번 충북여성인물사 발간은 역사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충북의 여성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서 사회적으로 활동하고 살아간 행적을 찾아 조명하는 소중한 기회”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충북 여성의 감동적인 삶을 공유하며,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는 마중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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