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교수 "퇴행성 뇌질환·대사질환 등 연구에 기여"

(동양일보) 국내 연구진이 체내 세포 사이에서 각종 물질이 원활히 전달되도록 매개체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기능 수행 후 분해돼 재활용되는 과정을 밝혀냈다.

KAIST 물리학과 윤태영 교수팀은 27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서 세포 간 물질 전달 매개체 역할을 하는 스네어(SNARE) 단백질을 단백질 재활용 기능을 하는 NSF 단백질이 분해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 NSF/α-SNAP에 의한 SNARE 복합체 분해 과정. NSF에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3인산)을 공급하면 용수철처럼 내부에 에너지가 축적됐다가 한꺼번에 방출되면서 SNARE 복합체를 폭발적으로 풀어낸다.

스네어 단백질은 전달될 물질이 들어 있는 주머니 같은 세포 내 소기관인 소포(vesicles)와 결합체를 형성, 다른 세포에 전달되도록 하는 단백질이며, NSF는 물질전달을 마친 스네어 결합체를 분해해 다시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단백질이다.

미국의 제임스 로스먼과 랜디 셰크먼, 독일 출신 토머스 쥐트호프는 30년 전에 밝혀낸 이 연구 성과로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런 물질 운송 기능 덕분에 신체 곳곳의 세포들은 단백질이나 신호전달물질 등 각종 물질을 공급받아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신경질환과 대사질환 등에 걸릴 위험도 커지게 된다.

그러나 스네어와 NSF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지는 30년이 넘도록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세포막과 결합한 스네어 결합체를 NSF가 어떤 방법으로 분해해 재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는 NSF가 스네어 복합체를 분해할 때 실타래를 한쪽 끝을 잡고 조금씩 풀어내듯 결합체를 분해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3인산)가 다량 필요할 것이라는 가설이 우세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연구에서 단백질 분자에 형광염료를 매달아 그 기능을 관찰하는 단분자 형광기법과 자기 집게기술(magnetic tweezer)을 사용해 NSF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스네어 결합체를 분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NSF에 ATP를 주입하면 힘껏 눌린 용수철처럼 NSF 내에 에너지가 저장됐다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스네어 결합체 전체를 단번에 폭발적으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NSF는 근육의 이동, 단백질 분해, DNA의 복제 및 이동 등 신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AAA+ 단백질' 그룹에 속한다며 이 연구 결과는 앞으로 많은 생물 현상 이해에 기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영 교수는 스네어 단백질은 신경세포 통신과 인슐린 분비 등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며 이 성과는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관련 연구뿐 아니라 피부미용 연구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KAIST 물리학과 윤태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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