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 대결부터 음치를 주인공으로 한 프로까지

   노래방 문화를 세계에서 으뜸으로 즐기고, K팝을 세계화시킨 한국인들의 노래 사랑이 방송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꾸준히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TV의 음악 프로그램은 2000년대 들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으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가수들끼리 노래 경쟁을 시키는 데 이르렀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가림막 뒤에 서서, 혹은 가면을 뒤집어쓰고 나와 오직 가창력만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음치를 주인공으로 한 프로에 이어 '기 센 언니들'의 거친 힙합 향연까지 TV 음악프로그램의 스펙트럼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한국인의 노래 사랑은 각별하며, 이를 원동력으로 음악 프로그램은 계속 스테디셀러로서 존재하면서 발전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월요일밤의 제왕 '가요무대'부터 힙합 여전사들의 대결 '언프리티 랩스타'
    지난 26일 막을 내린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는 엠넷 관계자들도 깜짝 놀라게 했다.

    젊은층에서는 인기라고 해도 주류 음악은 아닌 힙합 장르를 내세웠고, 특히 도전자들을 여성들로 국한해 만든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점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래퍼들을 발굴해내는 '쇼미더머니'를 시즌3까지 진행해온 엠넷이지만 '쇼미더머니'의 여성버전으로 제작한 '언프리티 랩스타'는 또다른 도전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프로그램은 1~2%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시청률을 넘어서는 요란한 화제를 만들어내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았다. 또한 네티즌이 아니어도, 이 프로그램의 녹화장을 찾은 관객들이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반응 역시 대단히 뜨거웠다. '거친 언니들'의 파워풀한 공연에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현장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크게 호응했다.

    힙합 장르 특성상 솔직하면서도 거친 노랫말과 아예 '삐~'음 처리를 해야하는 욕설이 난무하는 공연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동안 '언프리티 랩스타'의 출연진은 뜨거운 감자였다. 이들의 강렬한 분장과 언행은 매회 화제를 모았다.

    엠넷, tvN 등을 거느린 CJ E&M의 김지영 홍보팀장은 '언프리티 랩스타'에 대해 "이른바 센 언니들의 대결에서 예능적인 재미가 끌어내진 것 같다. 여성들의 솔직한 모습이 의외의 재미를 낳았다"며 "프로그램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낸 덕분에 올 하반기 시즌2가 제작될 듯 하다"고 밝혔다.

    '언프리티 랩스타'가 가장 최신 버전이자, 가장 강렬한 색깔의 음악프로그램이라면 월요일 밤 10시에는 전통의 강호 KBS 1TV '가요무대'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방송 3사가 공들여 내놓는 밤 10시 월화극을 번번이 따돌리며 12~1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가요무대'는 50대 이상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이 두 프로그램의 사이에는 K팝을 선도해가는 아이돌 가수들을 전면에 배치한 KBS 2TV '뮤직뱅크', MBC TV '쇼! 음악중심', SBS TV '인기가요', 엠넷 '엠카운트다운' 등이 변함없이 청소년층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다.

    ◇ 오로지 가창력만 본다 vs '노래 잘하는 외모'에 대한 편견을 깨라
    차포 다 떼고 오로지 가창력만으로 오락적 재미를 찾는 프로그램들도 이어진다.

    중국으로까지 진출해 인기를 끄는 MBC TV '나는 가수다'는 프로 가수들끼리의 경연이라는 콘셉트로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킨 프로그램. 가수들을 긴장시키며 현재 시즌3가 방송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KBS 2TV '불후의 명곡' 역시 매주 토요일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만을 모아놓고 그중에서도 왕중왕을 가리는 이들 프로그램의 인기 원동력이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지난 35년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없이 시청해온 한국인들의 노래 사랑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들 프로그램이 가수의 얼굴을 보여준다면, 아예 가수의 얼굴을 숨긴 채 대결하는 프로그램들도 인기다.

    시즌2까지 방송된 엠넷 '보이스 오브 코리아'와 내달 5일 시작하는 MBC TV '복면가왕'은 얼굴을 숨긴 채 오로지 목소리와 가창력으로만 승부를 한다.'
 

    그런가하면 지난 2월말 시작한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이와 정반대로 목소리만 숨긴다. 출연자들의 얼굴은 물론이고, 공연하는 모습 등을 다 보여주지만 노랫소리는 '무음'으로 처리한 채 겉모습만 보고 음치와 노래 실력자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이다.

    시작과 동시에 2%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노래를 잘할 것 같은 외모'에 대한 편견을 이용해 오락적 재미를 주는 동시에, 겉모습만 보고 노래 실력자를 추리해낸 결과가 주는 반전의 짜릿함을 안겨준다. 인기 덕에 애초 8회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12회까지 방송되며 시즌제로 제작될 예정이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의 이선영 PD는 "얼굴이 안 알려진 노래 실력자를 끊임없이 찾아 출연시키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관건이고, 그게 과연 쉬울까 싶었는데 의외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PD는 "또 우리 프로그램의 노래 실력자들은 음치와 구분될 정도의 노래 실력만 갖추면 되는데 다들 노래를 너무 잘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노래 실력자가 주인공이 아니다. 음치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다.

    이 PD는 "음치 중에서도 가수를 꿈꾸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싶어하더라"며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노래를 못하는 게 전혀 창피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반전의 재미를 주기 때문에 음치도 당당하게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음치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 "가수가 되고 싶어요"…장수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엠넷 '슈퍼스타K'를 필두로,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엠넷 '쇼미더 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등은 가수가 되고픈 꿈나무들의 경연장이다.

    이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연예기획사 연습생들 간의 서바이벌 경쟁을 담은 프로그램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했다.

    한때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으로 더이상 실력있는 가수 지망생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슈퍼스타K'와 'K팝스타'의 꾸준한 성공은 가수 지망생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SBS 예능국 남승용 국장은 "흔히 우리 민족은 한과 흥의 정서라고 하는데 확실히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 많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계속해서 나온다"고 말했다.

    남 국장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잘되는 비결 역시 노래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관심 덕분이다. 한국인은 그만큼 노래를 즐겨 소비하고 듣는다"며 "심지어 아마추어들이 만든 노래를 듣고도 감동을 받고 열심히 댓글을 다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같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K팝의 인기가 계속되는 한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방송계의 지배적인 반응이다.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동포들과 외국인까지도 한국 TV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하며 가수를 꿈꾸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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