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여 만 1400여건 사건해결 성과
대부분 ‘자전거도둑’ 등 생활민원성 절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1. 지난 2월 14일 A씨는 큰 낭패를 겪었다. 이날 오후 6시 36분 도착한 시외버스 안에 카메라를 놓고 내린 것.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 찾아갔으나 이미 카메라는 누군가가 들고 간 뒤였다. 70만원에 달하는 카메라 가격도 가격이지만, 카메라 안에 저장된 작고한 할머니 영정사진이 더 큰 문제였다. 울먹이며 청주흥덕경찰서를 찾은 A씨는 생활범죄수사팀을 찾아 이 같은 사정을 설명했다. 수사팀은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 한 달간의 수사 끝에 카메라를 가져간 남자를 검거하고, 할머니 영정사진이 담긴 카메라를 A씨에게 돌려줬다.

#2. 청주지역 숙박업주 B씨도 최근 경찰의 도움으로 큰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객실 안의 물건이 자주 없어지는 문제로 고민하던 B씨는 최근 객실 안의 전등덮개가 없어지자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신고는 했지만 물건을 가져간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가 아닌 소액 절도사건에 경찰이 힘을 쓸 것이라고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생활범죄수사팀은 곧바로 수사에 들어가 전등덮개를 가져간 커플을 찾아냈고, B씨는 변상을 받을 수 있었다.

 

생활민원에 가까운 잡다한 절도사건을 해결해 주는 생활범죄수사팀이 주민들의 ‘생활 속 치안도우미’가 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전국 55개 경찰서에 생활범죄수사팀을 꾸려 자전거나 오토바이, 차량털이 등의 절도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특히 장난감이나 옷, 담배 등 신고하기도, 안 하기도 애매한 소액 절도사건을 속 시원히 해결하고 있다. 출범 후 지난 두 달간 이들이 해결한 사건은 1419건, 검거자는 729명에 달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절도가 750건으로 가장 많고, 점유이탈물 횡령 83건, 폭행·상해 80건, 재물손괴 69건 등의 순이었다. 훔친 물건은 자동차가 198건(26.4%), 자전거 126건(16.8%), 오토바이는 66건(8.8%)이었다.

검거된 이들 중에는 10대가 175명(24.0%)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139명(19.1%), 50대 125명(17.1%), 40대 114명(15.6%) 순이었다. 경미한 범죄로 전과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소년이거나 초범인 경우 즉결심판에 넘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충북도내에는 청주 흥덕·상당·청원 3개 경찰서에 팀장과 팀원 등 5명으로 별도 수사팀이 꾸려졌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2~3명으로 전담요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청주 3개 경찰서에서 해결된 생활범죄사건은 77건이었다. 이 가운데 55건이 절도사건으로 이 가운데 2명이 구속되고, 1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사소해 보이는 절도사건에도 수사력을 집중, 범인검거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실제 생활범죄수사팀이 설치된 55개 경찰서의 최근 두 달간 절도범 검거율은 51.8%로 지난해 같은기간(41.6%)보다 10.2%P 상승했다.

이는 충북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난 2월 도내 절도사건은 18.3% 줄어든 반면, 검거율은 4.5%P 올랐다.

경찰청은 생활범죄수사팀의 인력을 늘려 오는 2017년까지 전국 경찰서에 생활범죄수사팀을 설치할 계획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