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12일 치러질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난이도가 작년과 비슷하고 영어에서는 EBS 교재와 똑같은 지문을 활용한 문항이 줄어든다. 또 최근 2년 연속 불거진 출제 오류 사태를 막기 위해 출제위원 중 특정대학 출신의 편중 현상을 줄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오류 개선방안과 2016학년도 수능 시행계획을 확정해 31일 발표했다. 최근 2년 연속 출제 오류 논란을 빚자 그동안의 비판과 지적을 반영한 맞춤형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출제위원 가운데 특정대학 출신의 비율을 낮추고 교사 출신 출제·검토위원 비율을 높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출제진과 검토진을 이원화하고 검토진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작년 수능에서 수학 B형과 영어 만점자 비율이 높아 변별력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올 수능의 난이도는 작년과 비슷할 것임을 예고했다.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풀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라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수능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내부논의와 현장 의견수렴 과정,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안을 내놓았다.
2016학년도 수능 시행계획은 무엇보다 출제오류 개선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교수와 교사로 구성된 출제위원 가운데 특정대학 출신을 2018학년도까지 평균 20%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출제진의 40.5%인 교사비율도 영역별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정답 오류 가능성을 검토할 검토위원장에 출제위원장급 교수를 임명해 권한을 높이고 검토위원장 주관의 '문항점검위원회'도 새로 만든다. 검토진에는 그동안 교사만 참여했으나 교수가 새로 포함된다. 수능 시행 후 문항 오류 여부를 결정하는 '이의심사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절반 이상 포함시키기로 한 것도 긍정적 변화다. 시험 전반에 대한 사후 점검을 '수능분석위원회'가 맡도록 해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제도화했다. 일부 과목은 출제위원수와 출제기간을 늘려 출제진의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수험생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질 수능 시행계획에는 일단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교육부는 "작년과 같은 출제기조를 유지한다"고 했다. 지난해의 '물수능' 지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능도 최소한 어렵지는 않게 출제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에는 담을 수 있는 개선 방안은 모두 포함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계획대로 실행하기만 한다면 그동안 되풀이돼온 출제오류 논란을 개선하는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
유능한 교수와 교사를 출제 및 검토 인력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대학과 고교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고교와 대학 간 협력을 유도하고, 안식년 교수를 활용하는 방안 등 나름대로 보완책을 제시했지만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수능 난이도와 관련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지난해 수능은 일부 과목에서 만점자가 너무 많이 나와 변별력 논란을 초래했다. 난이도는 수험생들에게 체감도가 가장 높은 관심사인 만큼 좀 더 명쾌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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