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유치전담 여행사 지정절실

중국인 전담 통역사를 고용한 성안길의 한 화장품 전문 매장에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서고 있다.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중국 청명절(4월 4~6일)과 노동절 연휴(5월 1~3일)를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유커·旅客)을 유치하기 위해 각 자치단체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도 청주공항을 찾은 유커를 대상으로 관광책자와 현수막, SNS를 이용한 관광 상품 홍보와 지역 인지도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유커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을 다녀간 유커 613만명 중 약 3%인 18만1082명이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 이중 하루 평균 496명이라는 적지 않은 유커가 청주를 찾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입국과 동시에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고 충북과 청주에 머문 유커들이 쓴 비용(신용카드 기준)은 전국 지출대비 0.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양일보는 유커들을 상대로 한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실질적인 방안과 문제점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청주공항 중국인 단체 관광객 절반 이상이 입국과 동시에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
실질적인 관광활성화 위해선 ‘중국관광객 전담여행사’ 절실··· 도내 단 한 곳도 없어
화장품, 운전면허, 웨딩, 의료 등 차별화된 관광 상품 개발로 승부
 
●유커 청주유치의 문제점
청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4월 청주공항이 중국인 관광객 72시간 무비자 체류 제도 시행에 따른 환승공항 지정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5개월 뒤인 지난해 9월부터는 체류시간이 120시간(4박5일)으로 늘어 한동안 중국 관광객들의 증가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유커 중 대부분은 입국과 동시에 서울의 명동이나 동대문, 부산, 제주 등지로 빠져 나갔고 청주에 머문 유커들 역시 타 지역 공항을 이용해 출국해야 하기 때문에 청주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화교가 운영하는 대부분의 여행사에선 한 사람당 30만원씩의 적자를 떠안고 ‘노-페이(No pay 공짜) 관광객’을 모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 여행사는 손실금 자체 보전에다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운영하는 타 지역의 쇼핑몰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실질적인 관광활성화는 근본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중국 전담여행사 지정 절실
유커들을 많이 유치하려면 충북도내에 한 곳도 없는 중국단체 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지정이 필수적이다. 중국관광객 전담여행사는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재정적 지원과 행정적 편의를 제공받으며 중국 현지에서 제약 없이 단체관광객을 모객할 수 있다. 그러나 전담여행사로 지정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가 따른다. 유자격 가이드(관광통역 안내사)를 6명 이상 확보해야 하고 자본금 2억원, 일반여행업 1년 이상, 한국여행업협회 회원 등이어야 한다.
약 300개에 이르는 청주의 일반여행사 가운데 중국 전담여행사는 전무하다. 그나마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여행사는 10곳에 불과하며 지난해 2개 여행사가 전담여행사 지정 신청을 했으나 탈락했다.
김태호(55) 청주시 관광과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청주에 많이 유치하려면 청주소재의 여행사 가운데 중국 전담여행사 지정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며 “시에서는 올해 7~8개의 여행사를 대상으로 직접 컨설팅을 하는 등 준비에 철저를 기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전담여행사 신청은 30일부터 4월 10일까지이며 결과는 3개월 후인 6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청주의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보통 2~3년 걸리는 운전면허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운전면허투어와 웨딩, 의료 등 차별화된 여행상품을 만들어 얼마든지 중국인 관광객들을 공략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중국관광객 전담여행사 지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후면세점 급증··· 한국 화장품 인기
충북도엔 청주 32곳, 충주 5곳, 제천 2곳, 증평 1곳 등 40개소의 사후면세점(TAX-FREE)이 지정돼 있다. 사후면세점은 외국인이 지정 판매장에서 3만원 이상 물건을 구매할 경우 물품대금에 포함된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를 출국 시 공항 내 TAX FREE 환급창구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면세 가맹점이다.
유커들이 쇼핑을 위해 많이 찾는 청주 성안길엔 23곳의 다양한 품목의 사후면세점이 있지만 중국관광객의 인기를 끄는 주요 쇼핑품목은 화장품이 압도적이다.
실제 성안길의 한 화장품 매장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통역을 위해 중국인 직원을 따로 고용할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한다. 이 같은 인기는 매출 증가로 이어져 전체매출의 60~70%를 중국인 관광객 지갑에서 채워주고 있다.
한 화장품매장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질 좋고 저렴한 한국 화장품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인 관광객 한 사람당 50만~130만원 어치의 물품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등 구매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옷이나 신발, 건강보조식품 등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낮아 매출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화장품의 경우 가격차가 크게 없으나 의류와 신발 등의 제품은 서울 명동이나 동대문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오송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충북도가 오송을 세계 화장품·뷰티산업 중심지로 육성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화장품 체험·쇼핑 및 공장투어 등의 관광상품에 의한 관광활성화는 물론 유커들로 하여금 한국 화장품의 홍보·마케팅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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