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무영문학상 수상자 이응준 소설가 인터뷰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8년 전 문단을 떠났다. 자신의 문학적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문학을 문학의 틀 안에 가둬두고 싶지 않아 상업 영화에 뛰어 들기도 했다. 작가 스스로 “문학 때문에 상을 받는 일이란 절대 일어나지 않고, 또 바라서도 안 되며, 바랄 까닭도 없다고 여기며 지내온 지가 굉장히 오래됐다”고 밝혔듯 ‘문학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은 터였다. 그래서 이번 수상은 뜻밖이었고, 더욱 특별했다.

16회 무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이응준(46·사진).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했다. 시인으로 등단했고, 영화 ‘레몬 트리’ 감독이며, 다수의 소설집을 상재한 소설가, 정치·사회·문화 비평을 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채로운 듯 보이는 그의 이력은 결국 ‘문학’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되며, 본령으로 회귀하는 듯 보인다.

‘소년은 어떻게 미로가 되는가’는 ‘소설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인간의 이야기란 결국 인간이 사랑하고 이별하는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상념에서 시작된다. ‘소년’이란 바로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이 알 수 없어 괴로운, 그러면서도 그 사랑을 견대 내며 성장하는 모든 인간들의 총칭이다.

저자는 “사랑은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부러 사랑을 해서 고통 받는다. 그 고통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인생의 비밀에 한 발자국씩 접근할 수 있다”며 “비밀을 풀어낸다는 소리가 아니다. 말 그대로 불꽃에게 다가가듯 인생과 사랑과 세계의 비밀에게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 ‘소년은 어떻게 미로가 되는가’는 어떤 계기로 탄생했나.
  
“문단에서 드러나게 오가며 활동하는 것을 접은 지 오래이다 보니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으면 중·단편소설이라는 아름다운 장르와는 아예 이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연말 즈음에는 몇몇 문예지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작품 청탁을 한두 편씩 받고는 했는데, ‘소년은 어떻게 미로가 되는가’ 역시 그런 외부적인 과정에서 쓰게 된 작품입니다.

연작소설집 ‘밤이 첼로’ 이후 제 중·단편소설의 또 다른 진보적 변화와 새로운 미학을 실현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쓰는 단편소설인지라 처음에는 손이 안 풀려서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다 쓰고 나서야 아직 제가 단편소설 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정도로 쓰는 내내 스스로에 대한 의심에 시달려야 했으니까요.”
  
-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쓰고 나선 다 잊어버립니다.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다만 그것에 관해 설명하거나 논할 때 억지로 다시 생각하면서 정리가 됩니다. 그리고 그 논하거나 설명하는 행위가 종료되면, 다시 다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이것이 내가 내 인생이라는 아수라장을 글쓰기로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뭐든 그렇게 정리가 되면 무조건 내게서 분리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뭔가 달라져 있는 저는 다시 새로운 방황을 시작합니다.”  
  
- 시, 소설,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현재 각 분야의 활동들은 어떤지.
  
“상업영화는 대중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예술방식입니다. 어쨌든 생계를 유지하며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 21세기에 적응하면서 문학을 놓지 않기 위해서는 영화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저처럼 스스로를 극복하고 확장시켜나가는 스타일의 예술가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소설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한 일 년 정도 지났을 즈음, 이제 다시는 시를 쓰지 못할 거라고 짐작하고 또 정말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큰 지장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외롭고 힘들 때 저는 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제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설은 제게 있어 ‘자유의 무기’입니다. 영화는 돈과 사람이 없으면 만들 수 없지만, 소설은 노트북과 저만 있으면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세상에 충분히 응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몇 가지의 예술적 고비만 넘기면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칼럼을 쓰고 상업영화를 만드는 각각의 네 사람이 한꺼번에 스며들어 있는 한 사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 작품이 드라마 속에 인용되거나 실제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하는데 특별히 드라마, 영화 제작 등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지. (2013년 장편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SBS 16부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다.)
  
“특별한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아무 소설가나 자신의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한 제 모든 글들은 다 영상매체들과 관계가 있다고 보시면 정확합니다. 문학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여 결과적으로는 문학의 본질과 그 가치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이 어두운 21세기에서도 굳세게 생존하려는 순수문학가의 당연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 현재 구상하고 있는 작품과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제 문단 데뷔 25주년입니다. 제 첫 산문집을 비롯해 여러 장르의 여러 책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출간될 예정입니다. 두 해 전부터는 칼럼리스트로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물론 그러했고, 앞으로 무엇을 하든, 문학 작업은 제 모든 창작들의 배후이자 사령탑 구실을 할 것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새 시나리오로 상업영화 감독 데뷔를 한창 준비 중입니다. 지난 5년간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난항을 겪어 좌절되곤 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고 있으니 조만간 꼭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집념과 노력은 가지되, 서두르는 바람에 좌초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 정도의 지혜는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늘 타이르고 있습니다.”  
<조아라>
  

약력
△1970년 서울 출생.
△한양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국어국문학 박사 과정 수료.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 겨울호로 시 등단, 1994년 계간 ‘상상’ 가을호로 소설 등단.
△시집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 소설집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연작소설집 ’밤의 첼로‘, 장편소설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2008년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Lemon Tree’ 뉴욕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파리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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