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순

우리 할머니가 내 나이였을 때 쯤 복수가 가득 찬 몸으로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도저히 못가겠는데 누가 날 지게에 엊어 내 집까지 데려다 줬으면 좋겠다고 지게는 말없이 돌아앉았다 비가 며칠씩 내려 신작로가 패이고 패여 웅덩이가 수없이 생겼다

자갈들은 모두 가루가 되어 차가운 아스팔트 속에 깔려있는데 할머니는 아직도 지게 올 때만 기다리고 계실게다

어느새 내가 그 나이가 되어 무릎에 쑤시고 다리가 아파 그 자리에 앉아 나는 지금 자동차를 기다리고 있다 신작로엔 망촛대 하늘하늘 피어 있고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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