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취재부 부국장)

지영수(취재부 부국장)

각급 학교가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이 기간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 교육지원청 등 교육가족들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신학기 초인 3~4월은 학생 간 서열이 형성되는 시기로 학교폭력이 다수 발생함에 따라 학교폭력에 대한 선제적 제압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각급 학교들은 경찰관들과 함께 학교폭력예방 캠페인을 펼치는가 하면, ‘친구사랑주간’과 ‘학교폭력 추방의 날’ 등의 행사를 펼쳤다.
새 학기를 맞아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옮겨 상급학교에 새로 입학하고 또는 선·후배 관계를 형성하면서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때 많이 발생하는 것이 학교폭력이다.
학교폭력은 사회적 문제이며 4대 사회악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심각성이 크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2조에서 사용하는 용어 정의를 보면 학교폭력이란 학생들 간에서 일어나는 상해, 폭행, 공갈, 위협, 모욕, 강요, 따돌림, 강제적인 심부름, 성폭력, 언어폭력을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남학생들끼리 ‘누구누구는 싸움 잘 하더라’ 등으로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싸움 실력’을 갖고 우열 혹은 서열을 가르고 하는 행위가 보인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이 ‘싸움 실력’이 또래 남자애들 사이에서 스포츠마냥 미화되면서 학교폭력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져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해 학생들은 학년 초 ‘각축전’을 통해 폭력 대상자를 고른 뒤 티가 나는 폭행보다 왕따, 은따(은근히 따돌림) 등의 따돌림을 통해 졸업할 때까지 줄곧 괴롭힌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조사 결과 따돌림으로 조사되는 학교폭력은 1학기 초부터 중간고사까지의 시기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 정보가 카카오톡 등 사이버 상으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아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해도 학교폭력 피해자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교육부의 정책연구보고서 ‘따돌림 실태 및 개입전략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따돌림을 받았다고 응답한 초·중·고교생 223명 중 61.4%(137명)가 ‘학기 초 또는 학기 중간(기말고사)에 따돌림이 가장 심하다’고 답했다.
또 학생 중 46.1%가 ‘따돌림 당한 학생의 정보가 사이버상에 유출돼 또 다른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새 학년 초에 시작된 학교폭력은 학년 말 견디다 못한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2014년 12월 대구에서 2명의 중·고등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이 피해 당한 두 학생은 친구로부터 심각한 반복적 폭력을 당했고 끝내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유서를 작성한 뒤 투신자살에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은 2명의 가해 학생들에게 각각 2년 6개월과 2년의 실형이 내려졌다. 대구 고교생 자살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2년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1년 6개월을 받았다.
법원은 이와 같은 사건들의 가해자가 미성년자라고 해도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사회에서 학교폭력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충북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학교폭력 때문에 검거된 학생이 1582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3월과 4월에만 488명이 검거돼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피해자는 치유될 수 없는 아픔의 멍에를 짊어져야 한다. 가해를 한 쪽은 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전과자’라는 꼬리표를 단채 평생 살아 갈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은 심각한 우울과 불안, 부적응 등의 문제를 겪거나 자존감이 낮아지고, 피해경험에 대한 분노로 공격성이 유발돼 이후 되레 가해자로 돌변하기도 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 등에서 피해 학생 부모와 가해 학생 부모끼리 합의를 통해 문제를 억지로 봉합하고 가해 학생을 징계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질 않고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폭력은 그 어떤 것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 어른과 사회가 그 아이들의 짊을 덜어주고 멍에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