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길(논설위원 / 소설가)

안수길(논설위원 / 소설가)

무경위로 막무가내인 이웃과 살다보면 맘 편할 날이 없게 마련이다. 무시로 걸고드는 시비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오장육보 다 빼 놓고 살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디 한 마당이었던 이 땅에 휴전선을 긋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건 우리의 뜻이 아니었다. 전쟁도발국인 일본의 패전후유증을 승전국들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애꿎은 우리 국토가 분단되고 피붙이들이 갈라져 불행한 이웃으로 대치하게 됐다. 그게 70여년이다. 이제는 피붙이라는 것 빼고는 동질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이질적인 존재가 돼 가고 있다.
 이념이란 게 뭔지, 분단 대치 70년 사이 석고화 된 독재체재에 통치권마저 세습화한 북은, 국가라기보다 거대한 폭력집단으로 변했다. 국토전역을 동족의 피로 물들인 남침전쟁 외에, 휴전 후에도 크고 작은 생떼, 도발로 우리 속을 뒤집고 평안을 흔들어 온 게 수백 번이다.
 굶주려 몰골 앙상한 주민들을 ‘이밥에 고기국’을 미끼로 닦달해가며 그들이 준비해 온 건 핵폭탄이었다. 그게 주민 기근해결을 위해 ‘이밥’짓고 ‘고기국’끓일 입쌀과 국거리가아니라, 한반도 적화를 위한 전쟁준비요, 국제사회에 대한 협박용이라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까지 탈퇴하고 3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한 북은, 이제 핵폭탄 소형화와 발사용 미사일 개발에 용을 쓰고 있다. 이를 이용해 ‘서울 불바다’를 위협하다 못해 ‘워싱턴 불바다’위협도 서슴지 않는, ‘핵을 쥔 세계의 불량배’노릇을 하고 있다.              
 ‘땅크’와 ‘장사정포’위협을 ‘핵폭탄’협박으로 바꾼 북은 ‘핵보유국’을 자처하며 이를 세계가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핵보유를 인정하고 나면, 그 뒤에 어떤 요구와 협박을 내놓을지모른다. 갈수록 주민들의 고통은 심화되고 국제적 고립이 심각해 져도, 북의 목적은 오직 체제유지와 한반도적화에 있을 뿐이다. 침략을 자행하던 불량국가가 패전의 치욕 없이 스스로 평화지향을 선언한 예가 없으니, 북 스스로 핵 포기선언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북과 함께 ‘지구촌 2대 핵 공포’였던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 됐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약속하고, 이란은 우라늄농축용 원심분리기 2/3감축을 포함해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6월 말 추가협상을 통한 최종타결과정이 남아 있다지만, 중동의 골칫거리가 해결됨으로써 ‘2대 핵 공포’중의 하나가 해결 된 셈이다.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건 물론, 이란 국민들도 축제분위기란다.
 이제 남은 건 북 핵이 문제다. 이란과 달리 NPT를 탈퇴, 그 영향권 밖에서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하고 핵폭탄 소형화와 발사체 개발에 골몰하는 그들이, 이란의 핵 타결에 영향을 받아 스스로 방향을 선회하리란 전망은 극히 어둡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으로 경제가 피폐해지고 주민의 궁핍이 극에 달해도, 지배계급의 호화생활에 변함이 없고 젊은 독재자의 야망과 오판이 바뀌지 않는 한, 핵 포기를 염두에 둘 저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을 두고 중국은 ‘핵 불용’이란 입치레뿐이고, 일본과 러시아는 강 건너 불구경 하는 형국이다.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에 몰두한 탓인지, 아니면 저간의 대북협상과정에 지친 때문인지 어쩐지 한 손을 놓고 있는 듯하다. 경위 없는 막무가내 이웃을 두고 있는  우리는 머리꼭지에 핵을 매달고 사는 형편이지만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한계를 느낀다.      
 북 핵은 단지 우리만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공포대상이다. 북으로 하여금 핵 보유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님을 깨닫게 하려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사스(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의 한국설치반대 이전에 좀 더 분명하고 강경한 태도로 북을 설득하는 게 순서고, 이란과의 협상에서 한 고비 넘긴 미국도 대북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나설 차례다. 일본과 러시아 등 북과 이웃한 주변국들도 이제까지와 다른 결연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경제적 궁핍에 몰린 북이 세계 각처의 테러집단과 핵 거래를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유엔은 물론 지구촌 모든 국가가 북핵 저지에 손을 잡아야할 이유가 거기 있다.    우리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지만, 그렇다고 외부작용에만 의지하는 건 금물이다. 도발에 응징은 단호히 하되, 그래도 피붙이인 저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핵 포기 이후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심어주는 건 우리 몫이다. 통일의 꿈을 실현하는 건 그 후의 문제다.
 지구촌 마지막 핵 공포 사라질까. 그러나 아직은 ‘?’다. 이란 국민들처럼, 남북의 피붙이들이 희망을 공유하고 축제분위기를 누릴 날이 과연 올는지, 역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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